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앞으로 백브리핑은 일절 없다는 입장을 내부적으로 밝혔다고 합니다. 백브리핑(Back Briefing)은 공식 행사가 끝난 후 기자들과 하는 즉석 질의응답을 말합니다. 행사의 취지, 배경 등을 추가로 상세히 설명하거나 이 밖에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취재진에 밝힐 때 흔히 활용하곤 합니다. 이 원장은 28일 취임 후 첫 외부 공식 행사인 시중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도 백브리핑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전임 금감원장과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지난 6월 3년 임기를 마친 이복현 전 금감원장은 재임 기간 중 총 98차례 백브리핑을 했습니다. 발언에 신중을 기하는 여느 금융 당국 수장과 차이가 극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과도한 메시지로 시장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이 전 원장을 늘 뒤따랐습니다. 발언의 수위도 높아 관치 논란에 이어 월권 논란도 여러 차례 불거졌습니다.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반대해 "직(職)을 걸겠다"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일화가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전임자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을 이 원장이 분명히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이 원장은 지난 14일 취임식 당일 기자실을 방문해 "과격한 사람이 아니다" "혼자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쪽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전임 원장과 '대통령 최측근 법조인 출신'이란 점에서 이력이 비슷한지라, 성향도 유사할 것이란 항간의 우려를 의식해 이같이 발언한 듯합니다.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2024년 11월 28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후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취임 2주차에 접어든 이 원장은 조직 내에선 '소통'을 연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원장은 이른 아침 출근해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식사하고 운동도 함께하는 소통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중시하는 것은 토론입니다. 이 원장은 첫 임원회의에서도 "경직된 조직을 가물치처럼 팔딱 뛰는 조직으로 바꿔보자"며 직급에 상관없이 구성원들이 자유로운 의견을 내는 토론 문화를 정착시키자고 강조했습니다.

이 원장이 앞으로 언론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임 원장과 같이 시장에 메시지를 내는 창구로 언론을 주로 활용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원장은 9월 한 달간 금융권과 릴레이 간담회에 집중하며 주요 현안을 파악해 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는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 말 이후로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반응은 갈립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볼 수 있지 않냐"고 평가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참여연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거친 이 원장의 이력을 언급하며 "언론에 대한 불신이 기저에 있을 수 있다.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