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에서 박현주 회장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의 창업자로서 절대적인 지분을 바탕으로 확고한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다. 박 회장이 재계 오너로서 비교적 젊은 나이인 1958년생임을 고려하면 ‘박현주 체제’의 미래에셋그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래에셋그룹의 경영권에도 은밀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수년 후에는 박 회장의 뒤를 이을 ‘포스트 박현주’의 출현이 점쳐지고 있다. 지배구조상 박 회장의 지분이 흩어질 가능성은 희박하기에 전문경영인이 미래에셋을 이끌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포스트 박현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박 회장의 조카인 토마스 박(Thomas Park)이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법인 본부장을 맡고 있다. 박 회장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토마스 박 본부장은 실질적으로 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토마스 박 본부장은 미래에셋그룹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차근차근 경영 수업을 쌓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의 최근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미래에셋그룹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대체투자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체적인 자산배분의 균형을 맞춘다는 관점도 있지만 부침이 심한 운용자산에서 부동산과 같은 유형 자산으로 자산을 배분해 경영 승계를 용이하게 하겠다는 전략도 숨어있다.

결국 박 회장의 뒤를 이어 토마스 박 본부장은 전문경영인으로 미래에셋그룹을 이끌고, 그 이후에 박 회장의 자녀들이 충분히 능력을 쌓았을 때 경영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에는 많은 선택지가 있고, 박현주 가족이 꼭 경영을 승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누차 말했지만 이런 추측이 나오고 있다.

◆ 토마스 박, 해외부문 총괄…대권 물려받을 유일한 인물

1978년생인 토마스 박 본부장은 미국에서 태어났다. 박현주 회장의 큰 형인 박태성(70) 워싱턴대 소아신경외과 교수의 아들이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마스 박 본부장은 시카고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토마스 박 본부장은 세계 최대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에서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활동했다. 미래에셋그룹에 합류한 것은 7~8년 전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법인에서 해외신사업개발팀 팀장으로 근무를 시작했으며 현재 직책은 미국법인 본부장(Executive Managing Director)이다.

토마스 박은 미래에셋에서 굵직한 딜(거래)을 주로 담당했다. 지난 2011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캐나다의 상장지수펀드(ETF) 전문 운용사인 ‘호라이즌스ETFs’를 인수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골프공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아쿠쉬네트를 인수할 때도 깊숙이 참여했다. 현재 토마스 박 본부장은 미래에셋 해외 비즈니스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토마스 박 본부장과 함께 근무했던 미래에셋 전 고위 관계자는 “해외 비즈니스는 능력과 신뢰가 없으면 맡길 수가 없다”며 “시카고대 MBA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에서 M&A 전문가로 활동할 정도로 능력이 뛰어난 데다 피가 물보다 진하다 보니 박 회장이 토마스 박 본부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회장이 토마스 박 본부장에게 해외 사업과 관련한 지시를 내리면 박 본부장이 총괄해서 업무를 진행하고 다시 박 회장에게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식으로 해외사업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주 회장의 자녀들이 아직 20대로 경영에 참여하기에 연륜과 경험이 부족한 만큼 토마스 박 본부장이 경영 승계의 가교(브릿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충분한 역량을 가진 토마스 박 본부장이 장기적으로 미래에셋을 이끌 것이라는 얘기다.

미래에셋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는 “박 회장은 글로벌 비즈니스 초창기부터 제대로 비즈니스를 하려면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미래에셋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한지 10년이 넘어가면서 헤드쿼터(본부장) 정도만 되면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셋의 기업 문화도 많이 바뀌어 토마스 박이 대권을 물려받을 때가 되면 국내에서도 영어로 모든 업무처리가 가능해져 한국말을 잘 못하는 토마스 박이 경영을 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을 잘 아는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친인척이 경영에 개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미래에셋은 특수한 사례로 봐야 한다”며 “박 회장이 조카한테 회사를 물려 줄 이유는 없기 때문에 전문경영인으로서 회사를 관리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그룹 측은 “토마스 박 본부장은 글로벌마켓에서 활동해온 투자전문가로 현재 해외네트워크 확대에 있어 실무적인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며 “그룹 경영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 박 회장 세 자녀, 미래에셋 대체투자 부문 경영으로 그룹 승계할 가능성

미래에셋의 지배구조는 박현주 회장 1인 중심으로 되어 있다. 미래에셋의 지분구조를 볼 때 박현주 회장의 지배체제는 흔들림이 없다. 지배구조의 핵심에 있는 미래에셋컨설팅을 보면 박 회장이 지분 48.63%를 보유하고 있고, 부인 김미경씨가 10.2%를, 세 자녀가 각각 8.2%를 소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의 지분은 박현주 회장 직계가족 이외로 흩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현주 회장은 부인 김미경씨와 결혼해 박하민(27), 박은민(24), 박준범(23)씨 등 1남2녀를 두고 있다. 장녀인 박하민씨는 미국 코넬대 인문학부에서 사학을 전공했다. 코넬대는 호텔경영으로 유명하다. 하민씨는 졸업 후 맥킨지컨설팅 한국 법인에서 1년간 인턴으로, 미국 부동산 투자 컨설팅 업체 CBRE에서 1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다. 2013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입사해 해외부동산투자본부에서 호텔 투자 업무를 담당하다 올해 미국 스탠포드 MBA에 진학했다.

차녀인 박은민씨는 미국 듀크대를 나와 보스턴컨설팅 한국지사에서 주니어 컨설턴트로 근무 중이다. 장남인 박준범씨는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에서 유학 중이며 최근 입대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자산배분의 새로운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미래에셋의 기존 기업가치는 운용자산(AUM)이나 고객예탁금과 같은 ‘소프트 자산’이 중심을 이뤘다. 하지만 최근 미래에셋은 부동산 투자와 같은 대체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후계구도와도 연관돼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증권업이나 운용업은 부침이 심한 업종이기 때문에 경기에 크게 상관없이 자금을 좀 더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이 최근 자산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 기업투자 등 대체투자 부문으로 옮기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라는 시각이 있다.

증권업이나 운용업은 이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경영하고 부동산 등 대체투자 부문은 박 회장 자녀들이 경영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미래에셋이 부동산 등 대체투자 부문을 계속 확대해가면 그룹의 중심도 대체투자 부문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승계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다. 박 회장의 장녀 하민씨가 부동산 투자 관련 업무를 쌓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토마스 박 본부장은 미래에셋을 경영하고 박 회장의 세 자녀는 부동산 등 ‘하드 에셋’ 부문을 경영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어차피 미래에셋의 자산이 하드 에셋쪽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어 이쪽을 경영하는 게 미래에셋을 물려받는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그룹 측은 "미래에셋이 해외진출과 대체투자에 나서는 것은 글로벌 자산배분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경영권과 연계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펀드에는 부동산 투자를 비롯한 다양한 투자자들이 있고 펀드를 통한 투자가 경영승계와 연계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미래에셋그룹 측은 박 회장의 미래에셋 주식 지분을 자녀들에게 상속해주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먼 얘기지만 당연히 상속세를 내고 주식 지분을 상속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 자산운용 ‘4인방’, 토마스 박과 미래에셋 이끌어갈 리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각 부문 대표들. 왼쪽부터 손동식 주식운용부문 대표, 김미섭 경영관리부문 대표, 유정헌 PEF부문 대표, 최창훈 부동산투자부문 대표

박현주 회장은 10년 전부터 부문별 대표제도를 도입해 경영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그룹의 중심축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이끌어 가는 리더들은 크게 주식운용 부문과 부동산투자 부문, 사모투자펀드(PEF) 부문, 경영관리 부문 등 4개 분야를 대표하는 임원들로 압축된다. 이들은 토마스 박 본부장과 함께 미래에셋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물들로 평가받고 있다.

주식운용 부문을 이끄는 손동식 대표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장기신용은행에서 일하다 1998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합류했다. 그는 미래에셋에서 주식운용팀장과 본부장, 투자책임자(CIO), 부사장 등을 거친 뒤 2012년부터 주식운용 부문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경영관리부문의 대표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안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김미섭 부사장은 손동식 대표와 마찬가지로 미래에셋 설립 초창기인 1998년에 입사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의 김 부사장은 미래에셋운용을 시작으로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계열사의 기획관리팀을 거치며 10여년간 그룹의 ‘집사’ 역할을 해 온 인물이다.

김미섭 부사장은 현재 경영관리부문과 글로벌경영부문의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그는 특히 그룹 설립 초창기부터 회사의 재무와 기획, 인사 등을 포괄적으로 관리한 데다, 지금은 해외 사업의 주요 현안들을 박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있어 박 회장의 곁을 지키는 주요 실세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PEF 부문을 이끄는 유정헌 대표는 고려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2005년부터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PEF 투자부문에서 일했다. 2012년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 PEF 부문 대표로 재직 중이다. 지난 2011년 미래에셋이 세계 1위 골프용품 업체인 타이틀리스트를 인수할 당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타이틀리스트 외에도 커피빈 등 국내외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와 금융상품 투자 등에서도 높은 수익을 거두며 박현주 회장의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투자부문 대표로 일하고 있는 최창훈 사장은 미국 오하이오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코넬대 대학원에서 부동산금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해외파다. 그는 2005년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부동산투자2본부장으로 합류한 뒤 1본부장,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부동산투자부문 대표 등을 거쳐 2012년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 부동산투자부문 대표를 맡고 있다. 그가 미래에셋그룹의 부동산투자부문 대표를 맡은 2010년 이후부터 미래에셋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요 오피스빌딩과 호텔 등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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