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자율협약 결정을 발표하기 직전 주식 전량을 처분한 최은영(54) 전 한진해운 회장이 실정법 위반과 도덕적 해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6일 기업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최은영 전 회장을 겨냥, “대주주에게 위법 사실이 있을 경우 엄격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이 직접 미공개 정보 이용 조사를 시작했다. 강제조사권 발동 얘기까지 나온다.

최은영 회장이 운영 중인 유수홀딩스 주가는 4월 22일 1만1700원에서 4월 26일 1만200원으로 12% 떨어졌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조카… ‘독립 경영 꿈’ 불황에 좌초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는 1977년 국내 최초 컨테이너 전용선사 한진해운을 설립했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한진해운 등을 갖춘 종합물류기업이 됐다.

조중훈 창업주가 2002년 사망하면서 아들 형제들이 한진그룹 계열사를 나눠 가졌다. 한진해운은 삼남 조수호 회장이 맡았다. 조수호 회장은 한진해운을 국내 1위, 세계 7위 해운사로 성장시켰다.

조수호 회장이 2006년 폐암으로 사망하면서 한진해운 경영권은 부인 최은영 회장이 넘겨 받았다.

최은영 회장은 최현열 CY그룹 명예회장과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여동생 신정숙(79)씨 부부의 딸이다. 신정숙씨는 작년 12월 법원에 신격호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을 신청했다.

최은영 회장(15회)은 박근혜 대통령(8회 졸업)과 성심여고 동문이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 당시 대표적인 재계 인맥으로 꼽혔다. 일본 세이신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최은영 회장은 2010년 기자간담회에서 같은 여성 기업인으로서 해운업체를 이끌고 있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 대해 동병상련을 느낀다고도 했다. 최 회장은 “현(정은) 회장은 나와 여러가지로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2011년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과의 문자메시지 해프닝이 있었다. 박용만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지인에게 보내려던 문자를 잘못 보낸 해프닝을 공개했다.

박용만 회장이 공개한 문자메세지 캡쳐화면

최은영 회장은 의욕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해운 시장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한진해운은 2011~2012년 1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최은영 회장은 시숙(媤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대한항공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던 조양호 회장은 한진해운 경영권을 넘겨받고 2014년 4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최은영 회장은 한진해운 회장 시절인 2013~2014년 퇴직금 등 보수로 97억원을 받았다. 같은 기간 한진해운은 2013~2014년 4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조양호 회장은 한진해운 인수 당시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급여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최근까지 무보수로 일했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운영 중인 테라스원 전경

◆ 조양호 회장에게 한진해운 넘기고 알짜 계열사 챙겨

최은영 회장은 한진해운 경영권을 넘긴 대신 한진해운홀딩스와 알짜 계열사 싸이버로지텍, 에이치제이엘케이(현재 유수로지스틱스)를 가지고 나왔다.

최은영 회장은 한진해운홀딩스를 유수홀딩스로 사명을 바꾸고 유통‧외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유수홀딩스는 2015년 12월 서울 여의도 유수홀딩스 본사 바로 옆 부지에 푸드타운 컨셉의 ‘테라스원’을 열었다.

선박‧터미널 운영시스템을 개발‧관리하는 IT업체 싸이버로지텍은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 1173억원, 영업이익 523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45%다.

싸이버로지텍 작년 매출 30%는 한진그룹에서 받은 일감에서 나왔다. 싸이버로지텍 지분 27.5%를 가지고 있는 최은영 회장과 두 자녀는 2015년 결산배당금 5억5000만원을 받았다.

싸이버로지텍 등 유수홀딩스 계열사 대부분 한진그룹과의 거래를 통해 실적을 올리고 있다.

테라스원 오픈 행사에 참석한 최은영 전 회장

◆ 자율협약 직전 지분 전량 매각 논란…“최소 5억원 손실 회피” 의혹

최은영 회장과 두 자녀는 4월 6일부터 20일까지 18차례에 걸쳐 한진해운 주식 97만7927만주(0.39%)를 전량 매각했다. 주식 매각 대금은 30억원이다. 한진해운은 4월 22일 자율협약을 신청한다고 발표했다.

한진해운 주가는 구조조정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한 20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4월 19일 주당 3385원에서 4월 25일 주당 1825원으로 절반 수준이 됐다. 해운업계는 최은영 회장 일가가 주식을 미리 처분하면서 최소 15억원 이상 손실을 피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은영 회장과 두 자녀는 작년 말 기준으로 상장·비상장 주식과 부동산 등을 합쳐 1850억원대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최은영 회장 일가의 주식 매도는 한진해운과 사전 협의가 없었고, 매도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했다.

한진해운이 사상 최대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오너 일가인 전직 경영자가 자율협약 발표 직전 주식 전량을 매각한 것은 적절한 처신이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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