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채권단과 한진그룹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진그룹은 “2013년 최은영 회장에게서 한진해운을 인수한 이후 추가 투자한 규모가 1조2000억원에 달한다”면서 더 이상의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면 채권단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상선 포기 직전 300억원을 출자한 것을 이유로 “조 회장도 더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진그룹이 그간 한진해운에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것을 알고 있어 큰 목소리로 요구하지는 못하는 상태다.
◆ 2013년 이후 한진해운에 1조2000억원 쏟아부은 한진그룹
정부 관계자는 25일 “조양호 회장에게 사재를 출연하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할지 말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한진해운은 현재 회사를 운영할 자금이 없는 상태라 일시적인 자금 융통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했으니 채권단 간에 협의를 해보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한진그룹에 추가 지원을 하라고 드러내놓고 요구하지 못하는 것은 2013년 한진해운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이래 한진그룹이 전폭적으로 지원했다는 것을 채권단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10월 최은영 회장은 한진해운이 자금난에 빠지자 시숙인 조양호 회장에게 구제 요청을 보냈다. 이후 대한항공이 1500억원을 단기 대여했고, 유상증자를 통해 4000억원을 지원했다. 2016년 2월까지 대한항공이 지원한 금액은 1조원 가까이 된다. 최근에는 한진해운의 2000억원 규모 영구채도 인수했다.
한진해운 살리기에 뛰어들었던 대한항공은 현재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신용등급이 BBB+까지 떨어지며 사실상 기관을 대상으로 회사채를 발행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이슈가 마무리되면 대한항공에 대한 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해야 하는 상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을 살리려면 거의 대한항공을 팔아야만 가능한 상황이었다”면서 “그만큼 한진그룹도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 “형평성 차원에서 조 회장도 사재 출연해야”
한진그룹측은 “더 이상의 지원은 힘들다”는 입장을 채권단에 전달한 상태다. 채권단은 이를 받아들일지 말지 고심 중이나 현대그룹과의 형평성 때문에 추가 출자를 하라고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실 작년말까지만 해도 산업은행이나 정부는 ‘한진그룹이 고맙다’는 입장이었다”면서 “하지만 실사 결과 한진해운의 상태가 예상보다 훨씬 나쁜 것으로 나오고, 현대그룹도 없는 돈을 털어 추가 지원을 한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최근 109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조양호 회장이 한진칼 지분 17.8%를 보유하고 있어 조 회장도 200억원에 가까운 사재를 출연하게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