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전(前) 한진해운 회장인 최은영(사진) 유수홀딩스 회장의 내부정보 이용 혐의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최 회장은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갈 것이라는 내부 정보를 알고 손실을 미리 회피하기 위해 본인과 자녀들의 보유 주식을 전량 장내 매각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최 회장의 이 같은 혐의가 사실로 입증될 경우 최대 100억원 안팎의 벌금형이나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최 회장의 주식매각 시점이 분산되어 있다는 점과 최 회장이 실제 자율협약에 들어갈 것이라는 것을 알았느냐 여부를 밝히지 못할 경우 처벌은 힘들다.

최은형 유수홀딩스 회장

◆ 금융당국, 여론에 떠밀려 최은영 회장 조사 착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과 금융감독원은 최 회장의 주식매각과 관련 내부 정보 이용이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로선 이 사건에 대해 조사(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점밖에 이야기할 수 없다”며 “언론 등 여러 곳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당국에서도 손을 놓고 있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최 회장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25일 신청 예정)전 2주(8~18일)에 걸쳐 보유 주식37만569주를 6차례 분산 매도했다.

또 최 회장의 두 딸인 조유경·조유홍씨가 각각 보유한 주식 29만8679주도 4월15일부터 22일까지 6차례에 걸쳐 전량 매도했다.

이들이 매각한 총 주식수는 96만7927주(한진해운 전체주식의 0.39%)다.

한진해운은 공식적으로 최 회장이 한진해운의 경영에서 손을 뗐기 때문에 주식을 처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언론 등에서 자율협약에 들어갈 것이라는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최 회장이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주식을 팔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한진해운 전(前) 경영진인 최 회장이 자율협약 직전에 주식을 전량 매도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관계자는 “필요할 경우 자본시장조사단과 금융감독원이 함께 공동 조사를 할 수도 있다”며 “현재로선 검찰에 고발할지 여부에 대해선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혐의 입증 여부는 난항 예상

최 회장은 자본시장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 443조 1항에 따르면 내부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하거나 이익을 본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1배 이상 3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현재 최 회장이 주식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은 27억원 수준이다. 이 금액은 한진해운이 청산 절차에 들어갈 경우 전액 손실을 본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에도 일부 손실이 불가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채권단에 전한 시점은 지난 19일이었다”며 “최소 그 이전에 이미 최 회장이 이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이 최초 주식을 매도한 지난 8일 한진해운의 종가는 3055원, 최 회장이 마지막으로 주식을 매도한 18일 종가는 3345원이다. 25일 1835원선까지 하락한 주가를 감안하면 최 회장의 손실 회피액은 주당 1220원에서 1510원 범위안에 형성된다.

96만7927주에 대한 손실 회피액은 14억6000만원 가량이다. 최대 3배의 벌금이 적용되면 43억8000여만원이 부과될 수 있다. 한진해운이 청산절차를 밟을 경우엔 최 회장 일가가 보유했던 주식의 손실회피액은 32억원 정도다. 3배의 벌금은 97억원을 넘는다.

하지만 최 회장이 자율협약 2주 전부터 분산해 주식을 매각했다는 점과 자율협약 개시를 미리 인지했는지 여부를 밝혀내는 것은 쉽지 않다.

자조단 관계자는 “혐의 입증 여부에 대해선 아직 언급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진해운(한진그룹)도 공식 입장을 “최 회장 일가의 주식 매도는 한진해운과 사전협의가 없었고 매도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룹에서 계열분리된 유수홀딩스의 독자적 판단이었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정보 이용에 대한 조사는 사안의 특성 때문에 쉽게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진해운 주가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