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을 상대로 반독점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FTC가 Arm의 불법 독점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는 Arm이 중앙처리장치(CPU) 설계 라이선스 제공을 거부하거나 고의로 품질을 떨어뜨리는 방식을 통해 시장을 장악하려 했는지 여부가 조사 대상이다. FTC는 올해 초 Arm에 조사 개시를 통보하고 관련 문서 보존을 명령한 상태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대주주인 Arm은 칩 설계도와 명령어 집합(instruction set)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비즈니스를 영위해 왔으며, 애플과 퀄컴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제조사들이 이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하지만 Arm이 지난 3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칩 'AGI CPU'를 출시하고 직접 칩 판매 사업에 뛰어들면서 전선이 형성됐다. Arm은 향후 5년 내에 이 분야에서 연간 150억 달러(약 21조 8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AI 인프라 수요를 겨냥해 CPU 공급망 전체를 수직 계열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오랜 라이선스 파트너인 퀄컴은 Arm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자사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사의 이 같은 갈등은 스마트폰 칩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PC와 AI 인프라 등 차세대 연산 자원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면전의 성격이 짙다.
Arm을 향한 반독점 규제 움직임은 글로벌 시장 전체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앞서 퀄컴은 2024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Arm이 라이선스 접근을 제한하고 핵심 기술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며 제소한 바 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지난해 11월 퀄컴의 신고를 바탕으로 Arm 서울사무소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Arm은 이번 FTC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퀄컴의 반경쟁 행위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상업적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절박하고 비열한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Arm의 주가는 AI 모멘텀에 힘입어 연초 대비 82.3% 급등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상승률(63%)을 크게 웃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