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로고./연합뉴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 TSMC의 첨단 공정에 빅테크 기업들의 제조 수요가 쏠리고 있는 가운데, 병목 현상이 심화되면서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마저 생산량을 조절할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출시를 앞둔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루빈'의 최상위 모델 '루빈 울트라'의 생산량을 줄이고, 이전 세대인 블랙웰 플랫폼의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TSMC의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으로 양산될 예정인 루빈 울트라의 생산량을 당초 계획 대비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4㎚로 제조되는 블랙웰 플랫폼의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전해졌다. TSMC가 현재 양산 중인 최첨단 공정 3㎚ 생산 능력을 확대 중인데, 애플 등 고객 수요가 쏠리면서 적기 납품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TSMC의 경쟁사인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3㎚ 이하 공정에서 수율 부진 등으로 고객사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병목 현상이 심해졌다. 여기에 AI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AI 칩 제조 수요가 폭증했다. 애플과 퀄컴 등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고객사가 제조 물량의 상당수를 차지했던 과거와 달리, AI 칩을 제조하려는 구글과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이 가운데, TSMC의 생산 능력이 제한되면서 적기 납품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자 엔비디아도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엔비디아는 TSMC 3㎚ 공정을 처음으로 도입한 AI 칩 루빈을 양산하게 된다. 이전 세대인 블랙웰 플랫폼은 4㎚ 공정을 통해 양산된다.

엔비디아는 TSMC의 최대 고객사로, 엔비디아마저 생산량을 조절했다는 것은 그만큼 TSMC 생산 능력의 제약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엔비디아는 루빈의 최상위 버전 양산 일정 및 생산량을 조절하고 그나마 생산 라인이 여유로운 4㎚ 공정을 통해 양산되는 블랙웰 플랫폼 물량을 확대해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TSMC가 2028년까지 공정이 '완판'됐다고 밝히는 등 제한된 생산 능력에 따른 병목 현상이 현실화되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저조한 수율이 발목을 잡으면서 TSMC 쏠림 현상이 심화됐지만, 현재 3나노 이하 첨단 공정 수율이 안정화된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AI 칩 생산과 관련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의 2㎚ 협업을 공식화했고, 퀄컴과 AMD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2㎚ 관련 협업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가 우회 인수한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증산을 요청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첨단 공정을 TSMC가 사실상 독식하면서 병목 현상이 심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AI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와 맞물려 현실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이 시점에 삼성전자의 첨단 공정 수율이 안정화되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물량을 수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