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광양제철소에서 일하는 사내 하청 근로자 7000여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포스코의 결정에 대해 하청 노조와 기존 정규직 노조가 모두 반발하고 있다. 하청 노조는 전체 협력사 직원 중 일부만 대상으로 한 결정 등을 문제 삼고 있으며, 정규직 노조는 내부 소통이 부족했던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산하 포스코사내하청광양 지회는 전날 광양제철소에서 회사의 직고용 발표에 대한 규탄 집회를 열고 사측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항의 서한에는 ▲정규직 전환 특별 교섭 개시 ▲모든 사내하청 근로자 직고용 ▲별도 직군 방식 차별 고용 중단 ▲다단계 하청 구조 해체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및 권리 포기를 조건으로 한 요구 중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포스코가 발표한 하청 근로자 7000명 직고용 계획이 대법원 판결에 따른 법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도, 하청 근로자들이 요구해온 정규직 전환 형태도 아니라고 비판했다.
포스코는 오랜 기간 사내 하청 근로자들과 근로자 지위를 놓고 법적 분쟁을 겪으면서 몸살을 앓아왔다. 광양제철소에서 일하던 사내 하청 근로자들은 지난 2011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협력사와 포스코의 작업 계약이 실질적으로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근로자 파견 계약에 해당한다"며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포스코는 근로자 지위 소송과 관련된 법적 분쟁을 마무리하고 제철소 내 사내 하청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특별 채용을 실시해 희망자들을 조업시너지 직군으로 뽑을 계획이다.
하청 노조는 이 같은 방식의 직군 분류는 포스코가 2022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승소한 사내 하청 근로자 채용 방식과 유사하다며 차별적 채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하청 노조에 따르면 당시 채용된 하청 근로자 50여명은 생산 E직군, O직군 등 기존 정규직과 비교해 임금과 임금 인상률에서 큰 차이가 있는 별도 직군으로 분류됐다.
또 2·3차 하청 근로자까지 합하면 포스코의 총 하청 근로자 수는 약 1만7000명에 이르는데, 사측이 일방적으로 7000명만을 직고용하겠다고 한 것 역시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려는 결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한정된 인력을 대상으로 한 채용 계획에는 실질적으로 노조의 교섭력을 약화시키고 원청의 책임은 덜어내려는 의도가 있다는 게 하청 노조의 입장이다.
이들은 "회사의 7000여명 하청 근로자 직고용 발표는 불법을 덮기 위한 또 하나의 꼼수에 불과하다"면서 "직고용을 한다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적용된 온전한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내 정규직 노조도 사측의 채용 계획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포스코의 대표 교섭 노조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조는 성명을 통해 "하청 근로자 7000명 직고용은 공감대 형성이란 절차를 무시한 채 진행된 결정이었다"며 "기존 직원들에 대한 배려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포스코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단체교섭을 신청한 하청 노조인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민주노총 금속노조,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와 개별적으로 교섭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하청 노조의 주장에 대해 "하청 근로자 직고용은 안전 관리 혁신의 일환으로 추진된 사안"이라며 "채용 규모는 제철소 내 조업과 직접 연관된 직무 만을 대상으로 하면서 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규직 근로자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향후 채용 과정에서 내부 소통을 지속하며 기존 직원들의 우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