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이 전년 대비 두배 이상 오르면서 한국전력(015760) 등 발전 공기업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REC 가격은 신재생에너지 공급 과잉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였으나,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으로 올해 급등세로 전환했다.

발전 공기업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의무 공급량을 채우기 위해 민간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로부터 REC를 구매한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의무 공급량을 대폭 늘리면서 시장 교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한전은 올해 23조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는데, REC 가격이 오르면서 적자 규모가 더 늘거나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커지게 됐다.

25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종가 기준 현물시장 REC는 6만4000원에 거래됐다. 이달 들어 6만원대에 진입한 REC 가격은 최근 6만원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REC 가격이 6만원대를 보인 것은 2019년 7월25일 이후 3년 만이다. 지난해 8월 REC 평균가는 2만9596원이었다. 1년 새 REC 가격이 2.1배 올랐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1메가와트시(MWh) 생산하면 정부가 발전업자에 발급해주는 인증서다. 민간 발전사업자는 보유하고 있는 REC를 발전사업자에 판매할 수 있다. 발전 공기업은 정부의 신재생공급의무(RPS) 비율을 달성하기 위해 부족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REC 구매로 채운다. RPS는 발전사가 생산하는 전력의 일부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도록 하는 제도다.

그래픽=이은현

발전업계는 REC 가격 폭등의 원인으로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꼽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해 민간 사업자에 각종 혜택을 주면서 시장 진입을 유도했다. 이에 따라 사업자가 급격히 증가했고, 곧 신재생에너지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다. 2019년 말 4만원 아래로 내려간 REC 가격은 지난해 3만원 초중반을 꾸준히 유지했었다. REC 공급량이 RPS 의무량을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말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명목으로 발전 공기업의 RPS 비율을 대폭 상향하면서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9%였던 RPS 비율을 올해 12.5%, 2023년 14.5%, 2024년 17.0%, 2025년 20.5%, 2026년 25.0%로 상향 조정했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2018년 배출량 대비)를 위해 임기 말 무리하게 신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을 밀어붙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RPS 비율 확대가 단순히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REC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자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불만이 거세졌고, 이를 잠재우기 위해 RPS 비율을 대폭 늘려 REC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REC 가격이 오르면 이를 사들여야 하는 발전 공기업의 부담이 가중된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과속으로 시작된 REC 가격 폭락을 발전 공기업의 돈으로 메운 셈이다.

REC 가격이 떨어지자 문재인 정부는 발전 공기업이 현물가보다 높게 REC를 구매하는 RPS 고정가격 계약을 늘렸다. 현물가보다 높은 가격에 20년간 장기로 REC를 구매해줘 민간사업자의 소득을 보전해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최근 현물시장 REC 가격이 급등하자 고정가격계약 입찰이 미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달 5일 올해 상반기 RPS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의 평균 경쟁률은 0.69대 1을 기록했다. RPS 고정가격계약 입찰 미달은 2012년 제도 도입 후 처음이다. 향후 REC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 사업자들이 고정가격계약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발전 업계는 문재인 정부의 개입으로 재생에너지 거래 시장이 훼손됐다고 지적한다.

한전이 RPS를 채우기 위한 비용이 늘수록 전기요금 인상 압박도 커진다. 정부는 REC 구매 비용 등을 '기후환경요금' 명목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하고 있다. REC 가격 인상 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 한전의 실적이 악화된다. 한전에 따르면 RPS 의무이행비용은 2017년 1조6120억원에서 지난해 3조2649억원로 두 배 늘었다. 한전은 올해 기후환경요금 재원에서 지급될 RPS 예산으로 총 3조1905억원을 책정했으나, REC 가격 급등으로 더 많은 재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에 14조3033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사는 올해 한전의 영업적자가 23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