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회사들이 자사 브랜드 중고 의류 리세일(재판매) 플랫폼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 등에서 거래되거나 의류 재활용 박스로 버려지던 옷의 경로가 바뀌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7월 중고 의류 매입 서비스를 선보이고, 10월에 이를 홍보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바이백'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뉴스1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 FnC 부문은 지난달 자사가 운영하고 있는 중고 의류 플랫폼 '오엘오릴레이마켓'의 매입 브랜드를 확대했다. 종전까지는 코오롱스포츠와 럭키슈에뜨, 레코드 등 자사 브랜드의 중고 매입만 맡아왔지만 이제는 약 160개의 타사 브랜드도 매입한다.

오엘오릴레이마켓에 매입 접수를 진행하면 회수된 상품은 세탁과 경미한 수선, 등급화 과정을 거쳐 재판매된다. 가격은 신제품 대비 60~80% 수준이다. 상태가 좋은 의류에는 더 높은 보상이 이뤄진다. 보상은 코오롱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오엘오포인트'로 지급한다.

LF(093050)는 지난해부터 입지 않는 LF 브랜드 옷을 재구매하는 '엘리마켓(L RE:Market)'을 운영하고 있다. 엘리마켓은 헤지스, 닥스, 마에스트로, 알레그리, 이자벨마랑 등 약 15개 브랜드를 매입하고 있다. 보상은 LF몰에서 사용 가능한 '엘리워드'로 보상한다. 의류회사 한섬(020000)을 가진 현대백화점(069960)도 작년 7월부터 '더현대바이백' 서비스를 선보이고, 130여 개 프리미엄 브랜드를 매입하고 'H포인트'로 지급하고 있다.

패션사들이 중고 의류 리세일 플랫폼을 선보이고 매입 브랜드를 확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명분이 좋다. 옷의 수명 주기가 짧아지는 가운데 환경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중고 리세일 플랫폼을 통해 수명 주기를 길게 하고,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실리적으로도 좋다. 보상을 자사몰에서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지급하기 때문에 고객을 묶어두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고 상품 판매 대금을 현금이 아닌 자사 포인트나 마일리지로 지급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익 창출보다 자사몰 재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했다.

패션사들이 틈새시장을 알아차렸다는 분석도 있다. 종전까지 대부분의 소비자는 중고 의류를 당근이나 중고나라 등의 플랫폼에서 판매해 왔다. 이런 플랫폼은 판매자가 직접 구매자를 구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여기에서 오는 피로감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과 실제가 다르다며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과도한 에누리 요구, 거래 장소에 일방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패션사들이 운영하는 중고 거래 플랫폼은 판매 접수만 하면 검수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므로 이런 피로감을 덜 수 있다.

산업적으로는 중고 거래 시장 자체가 커졌기 때문도 있다. 고물가와 양극화에 따른 불황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제품 대신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질 제품을 찾으려는 경향이 늘었다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실질 소비력이 하락할수록 '중고'라는 선택지를 택할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 수요가 늘어났다는 점을 파악하고 기업들이 플랫폼 운영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