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 공개 입찰에 인공지능(AI) 기업과 부동산 기업 두 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마땅한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던 홈플러스로서는 일단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LOI를 제출한 기업들의 규모가 턱없이 작아 실제 인수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인가 전 M&A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달 31일 오후 3시 LOI 접수를 마감했다. AI 핀테크 기업 '하렉스인포텍'과 부동산 임대·개발업체 '스노마드'가 LOI를 제출했다.
공개 입찰 일정에 따라 인수 후보자는 이날부터 21일까지 예비 실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6일까지 최종 입찰 제안서 제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홈플러스는 오는 10일로 예정된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공개 매각전에 인수 후보가 등장한 만큼, 법원이 연장을 허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새우가 고래를 삼킬 수 있을까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인수 의향을 밝힌 기업들을 실질적 인수 후보자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홈플러스의 몸값이 4조원(청산가치 3조6816억원)에 육박하는데, 두 회사 모두 적자 상태인 중소기업인 데다 유통업 경험도 전무한 탓이다.
하렉스엔포텍은 2000년 설립된 기업으로 결제 공유 플랫폼 '유비페이(UBpay)'를 운영하고 있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3억원, 영업손실 33억원을 기록했다. LOI에 미국 투자자로부터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를 조달해 홈플러스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적었다고 한다.
스노마드는 2007년 명선개발에서 분할돼 설립된 회사다. 직원 수는 10명 남짓이다. 지난해 매출 116억원, 당기순손실 73억원을 기록했다. 누적 결손금은 399억원에 달했다.
홈플러스의 2024회계연도(2024년 3월~2025년 2월) 매출은 6조9919억원이다. 영업손실은 3141억원, 당기순손실은 5742억원이다. 협력 업체를 포함하면 10만 명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수년째 이어진 영업 적자와 자금난으로 현재 비상 생존 경영체제를 가동 중이다. 일부 점포는 공공요금 납부가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투자 확약서를 제출해야 하는 오는 26일이면 이들의 정확한 의도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 시장의 눈은 다시 농협으로
시장의 눈은 다시 농협으로 향한다. 농협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하면 훨씬 큰 실익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지역 농·축협 관계자들의 평가도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송 의원실이 발표한 지역 농·축협 대상 설문조사에서 전국 166개 지역 농·축협 전문경영인 응답자 68%가 홈플러스 인수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다만, 전체 농·축협 조합 1110곳 중 15%에 대한 조사 결과라 조합 전체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보긴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농협 유통 부문의 체력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농협경제지주는 자회사인 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을 통해 하나로마트를 운영한다. 그런데 2022년부터 매년 수백억원대 영업 적자를 보고 있다. 지난 24일 국감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농협유통과 하나로유통이 연간 400억원씩 800억원 적자가 나고 직원 200명 이상을 구조조정했다"며 홈플러스 인수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사모펀드)의 경영 실패에 일종의 공적 자금인 농협의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있다.
홈플러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무조건 매각이 돼야 한다. 농협이 통째로 인수하지 않더라도, 인수에 대한 검토와 역제안이 있으면 전향적으로 M&A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 점포 분리 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수 후보 입장에서는 회사의 덩치가 줄면 접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포를 분리해 매각할 경우 자산 매각 흐름으로 틀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즉, 좋은 자리에 있는 점포만 인수되고, 적자 점포만 남아 사실상 청산에 이를 수 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직원들을 지키기 위해선 '홈플러스'라는 브랜드를 살려야 한다. 점포를 쪼개 팔 경우 직원들이 일자리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농협이든 누구든 간에 홈플러스를 사게 하려면, 구매 희망자의 입맛에 맞게 과감한 구조 조정을 통해 회사를 슬림화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