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뉴시스

한국금융연구원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큰 폭으로 높여 잡았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관련 설비 투자도 늘어나면서 경기 반등을 이끌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와 물가 불안은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은 11일 발표한 '2026년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2.1%)보다 0.7%포인트 높였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오어진

연구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관련 설비 투자 확대가 경기 반등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하는 등 연초 경기 흐름이 예상보다 양호했던 점도 반영됐다.

특히 글로벌 AI 투자 확대가 한국 반도체 수출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서버 투자 확대 흐름이 이어지면서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 수출 증가세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해 총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6.3%로 제시됐다. 지난해 증가율(4.2%)보다 높은 수준이다.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4.7%로 예상됐다.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전체 설비투자를 끌어올릴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 내수 회복세는 상대적으로 완만할 것으로 분석됐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1.9%, 건설투자 증가율은 1.5%로 전망됐다. 연구원은 고유가 피해 지원금과 석유 최고 가격제 등의 영향으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지는 않겠지만, 중동발 유가 급등이 장기화하면 소비와 투자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 2.4%, 하반기 2.7%로 연간 기준 2.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영향으로 올해 중반에는 물가 상승률이 2% 후반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같은 물가 불안과 경기 회복 흐름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원은 공급 충격에 따른 물가 상승 영향이 장기화하고,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성장세가 강해질 경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최근 경기 회복은 경제 전반의 고른 회복이라기보다 반도체 부문 호조가 주도하는 불균형 성장 성격이 강하다"며 "지정학적 위험 확대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과 경기 회복 흐름을 함께 고려해 기대 인플레이션 안정에 중점을 둔 정책 기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