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병원에서 진료비 영수증·처방전 등을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24년 10월 서류 발급·제출 절차를 간소화한 '실손24'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시행 1년 반이 지난 현재 전체 의료기관 연계율은 29%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병원의 전자 행정 시스템인 전자의무기록(EMR) 프로그램 업체들의 미참여가 핵심 원인이라고 보고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11일 서울 종로구 손해보험협회에서 관계 부처 점검 회의를 열고, 청구 전산화 참여를 거부한 EMR 업체들의 불공정 행위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공정위·금융감독원·보건복지부, 보험개발원과 보험 업계, 네이버·토스 등이 참석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일부 업체가 집단적으로 참여를 거부해온 행태에 대해 공정위와 함께 불공정 관행 여부를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했다.
이날 공정위는 서비스카르텔조사과를 회의에 참여시켜 관련 업계 상황 파악에 나섰고, 금융위는 미참여 업체에 대한 과태료 신설 등 추가 제도 개선도 검토하기로 했다.
EMR은 병원의 처방전 발행과 진료비 계산 등을 처리하는 의료 행정 프로그램이다. 환자가 실손24 앱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면 EMR 프로그램이 관련 서류를 보험개발원과 보험사에 자동 전송하는 구조다. 하지만 일부 EMR 업체가 프로그램에 연계 기능을 추가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일부 병·의원은 실손24를 사용할 수 없다.
실손24 연계 의료기관은 지난 6일 기준 3만614곳으로 전체의 29% 수준이다. 동네 의원·약국이 포함된 2단계 연계율은 26.8%에 그쳤다. 앱 가입자는 377만명으로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의 10%에도 못 미친다. 금융위는 청구 절차 불편으로 매년 2500억~3200억원 규모의 보험금이 청구되지 못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EMR 업체들은 시스템 개발·운영 비용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실손24에 참여할 실익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보험업법상 청구 전산화 시스템 구축·운영 비용은 보험회사가 부담하도록 이미 규정돼 있고, 일부 업체가 비용 문제를 이유로 참여를 미루면서 소비자 불편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반박한다. 특히 복수의 EMR 업체가 참여를 거부해 온 점을 두고 공정거래법상 담합 가능성까지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정부는 최근 일부 EMR 업체의 참여에 따라 6월 이후 실손24 연계율이 최대 52%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동엽 금융위 보험과장은 "정부가 EMR 업체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온 결과 주요 EMR 업체가 실손24에 참여하는 등 일부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복지부와 함께 의료기관에 청구 전산화 참여가 법적 의무라는 점을 안내하고, 네이버·토스와 연계해 소비자가 직접 병원에 실손24 연계를 요청하는 캠페인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