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컨설팅그룹(BCG) 기업금융·전략(Corporate Finance & Strategy) 분야 전문가들은 기업인들이 행동주의를 위기가 아닌 시장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핵심은 시장이 가치를 발견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먼저 찾아내고 실행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많으며, 지배 구조와 세제 개혁을 통해 책임성과 소수 주주 보호가 강화될 경우 자본 유입과 밸류에이션 상승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BCG의 제임스 터커(James Tucker), 조디 폴데시(Jody Foldesy), 그레고리 라이스(Gregory Rice)와의 일문일답.
─최근 행동주의 투자 트렌드는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가.
"행동주의는 이제 일부 기업만의 리스크(위험 요인)가 아니라 상장 기업 경영 환경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성과, 자본 배분의 비효율, 투자자 인식의 괴리를 겪는 기업에는 실질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년에는 행동주의 캠페인 활동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미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이를 주도했다. 전체 캠페인의 약 3분의 1은 신규 행동주의 투자자가 주도하며, 기관 투자자들의 전략과 자본 배분에 대한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확보한 이사회 자리는 120석에 달했다. 또한 캠페인 이후 1년 내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는 사례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경영진에 대한 압박도 확대되고 있다."
─왜 성과가 나쁘지 않은 기업도 행동주의의 타깃이 되나.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보다는, 펀더멘털이 견조한 기업에서 추가적인 가치 상승 여력을 찾는다. 특히 사업 자체는 견조하지만 주가가 경쟁사 대비 부진한 기업이 주요 타깃이 된다. 대규모 지분을 보유하는 특성상 하방 리스크는 제한적이면서 상방 여력이 큰 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행동주의를 계기로 기업 가치가 개선된 사례가 있나.
"일본 올림푸스(Olympus)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림푸스는 행동주의 펀드 밸류액트 캐피탈(ValueAct Capital)과 협업해 지배구조와 인센티브 체계, 자본 배분 전략을 재정비하고 의료기기 사업 중심으로 전략을 재편했다. 외부 투자자의 시각과 경영진의 실행이 결합되면서 기업 가치 재평가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 사례의 성공 요인은 무엇이었나.
"밸류액트의 데이터 기반 접근, 이사회의 전략적 재구성, 그리고 과감한 변화를 수용한 경영진의 의지가 결합된 결과다."
─행동주의 상황에서 CEO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행동주의를 위기가 아닌 시장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기업이 저평가돼 있다는 시장의 판단을 반영한다. 행동주의 투자자의 주장에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모든 주주가 기업의 가치 창출 전략을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사업에 대한 솔직한 진단과 실행 가능한 개선 계획, 명확한 성과 지표, 그리고 속도감 있는 실행이 필요하다.
─'행동주의 투자자처럼 사고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행동주의는 전략이 아니라 밸류에이션에서 출발한다. 현재 밸류에이션에 반영된 가정과 미활용 가치, 비효율적인 자본 배분 영역을 점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CEO는 세 가지 변화를 가져야 한다. 첫째, 총주주수익률(TSR·Total Shareholder Return)을 기준으로 가치 창출 구조를 이해하고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 둘째, 사업·재무·투자자 전략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야 한다. 셋째, 무엇을 바꿀 것인지, 얼마나 가치가 창출될 것인지, 언제 성과가 나타날 것인지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핵심은 시장이 가치를 발견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먼저 찾아내고 실행하는 것이다."
─CEO는 투자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관리해야 하나.
"투자자는 단일 집단이 아니라 전략과 투자 기간이 다양한 집합이다. CEO는 장기 가치 창출을 지지하는 투자자를 중심으로 주주 구성을 설계해야 하며, 투자자들은 성과뿐 아니라 투명성과 현실 인식, 문제 해결 의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CEO의 신뢰는 위기 상황에서 기업을 보호하는 핵심 자산이다."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어떻게 평가하나.
"일본의 지배구조 개혁 사례는 한국 역시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많고 지배구조와 세제 개혁을 통해 책임성과 소수 주주 보호가 강화될 경우 자본 유입과 밸류에이션 상승의 촉매가 될 수 있다."
─K-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가장 중요한 변화는.
"투자자는 국가를 막론하고 투명성과 책임성, 지배구조 참여를 요구한다. 특히 투명성 강화, 소수 주주 권리 보호, 자사주 소각, 이사회 독립성 확보, 이해상충 거래 제한과 같은 구조적 개선이 중요하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 유입을 촉진하고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한국 CEO에게 필요한 사고방식 변화는.
"기업 운영을 넘어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은 이미 높은 수준의 운영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가치 창출과 자본 배분에 동일한 수준의 집중을 기울이는 데는 여전히 개선 여지가 있다.
핵심 변화는 네 가지다. 성과 중심에서 밸류에이션 중심으로, 순차적 의사 결정에서 통합적 의사 결정으로, 통제 중심에서 가치 책임 중심으로, 소극적 커뮤니케이션에서 적극적 내러티브(narrative) 관리로의 전환이다. 결국 주주는 보고 대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신뢰를 확보해야 하는 파트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