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말 석유화학 기업 구조조정 1호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채권 금융 기관도 상설 협의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금융 지원 체제에 들어간다. 채권단은 금융 지원을 요청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 재편 계획은 물론 대주주 지원 방안, 비(非)채권 기관 채권 관리 계획, 사업 재편 후 부채 감축 계획까지 검증하기로 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을 지원할 채권 기관들은 각 기관의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하는 '구조 혁신 지원 상설 협의회'를 구성했다. 채권 기관에는 산업·NH·신한·우리·하나·KB 등 17개 은행과 신보·기보·무보·캠코 등 4개 정책 금융 기관이 참여했다.

충남 서산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뉴스1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011170)이 정부에 사업 재편안 초안을 제출하는 등 석유화학 구조조정이 본격화하자 채권 기관도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은 두 회사의 석유화학 설비를 통폐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사업 재편안을 조율하고 있다.

채권단은 기업이 제출한 자구안에 대해 외부 공동 실사를 거쳐 사업 재편 타당성을 점검하고 금융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금융 지원은 기존 조건 유지를 원칙으로 하지만 필요 시 만기 연장·이자 유예·금리 조정·신규 자금 투입도 가능하다. 이후 산업통상부 승인을 거쳐 본격적인 지원 절차에 들어간다.

채권단은 자구안 실사에서 기업의 사업 재편 계획과 진행 현황을 집중 검증하기로 했다. 최근 3년의 기업 매출 현황, 원재료 조달 현황, 재무제표, 주요 생산 시설 등을 제출받아 점검한다. 사업 재편 계획은 해당 산업의 특성, 성장성, 경쟁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해당 사업의 향후 연도별 추진 계획 등을 살펴본다. 또 정부 승인 완료, 신청, 미승인 등으로 나눠 사업 재편 계획을 검토한다.

자구 계획엔 연도별 자산 매각과 고정비 절감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포함해야 한다. 또 모(母)회사나 대주주의 자금 대여나 자본 확충 방안 등 지원 방안도 점검 대상이다. 채권단은 모회사 또는 대주주의 자금 지원이 있어야 금융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업은 대출금 상환 유예, 만기 연장, 이자율 인하 등을 채권단에 요구할 수 있다. 요구 사항마다 구체적인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래픽=이진영

국내 금융기관이 이번 금융 지원을 주도하는 만큼 해외 금융기관이나 공모·사모채 등의 채권에 대한 대응 방안도 제출해야 한다. 채권단 지원 자금이 해외 금융사 대출이나 회사채 상환에 쓰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기업들은 채권단 금융 지원을 받기 위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나 대출은 만기를 연장하거나, 일부만 상환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자금 지원을 요구할 경우는 신사업 전환을 위한 설비 도입 등 구체적인 사업 전환 계획도 밝혀야 한다. 또 사업 재편 종료 이후 협약 금융채권을 어떻게 상환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요구할 방침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확실한 자구 노력이 있어야 금융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원칙하에 사업재편 계획 타당성을 점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