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연 8%대 돌파를 눈앞에 뒀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단이 7%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한 데다가, 금융당국이 사실상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압박하고 나선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이에 주요 은행들이 앞으로 대출금리 상승 속도를 얼마나 늦출지, 혹은 아예 인하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내년 4월 30일까지 신규 코픽스(COFIX) 6개월 변동 기준 전세대출(신규·연장)에 한해 금리를 인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세대출 보증기관에 따라 주택보증(주택금융공사)의 경우 0.85%포인트(p), 서울보증(서울보증보험)의 경우 0.65%포인트 인하된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 내부 신용등급 기준으로 3등급인 고객이 만기일시상환 조건으로 주택보증 우리전세론을 이용할 경우 금리는 8일 기준 6.26∼6.66%에서 9일 기준 5.41∼5.80%로 하향 조정된다. 우리은행은 전세대출 금리가 8%대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자 세입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어 금리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취급 한도가 소진되면 조기 종료될 수 있다.

서울의 한 은행 외벽에 걸린 대출 안내문의 모습. /뉴스1

금융채(은행채) 금리는 올해 들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발(發) 채권 시장 자금 경색 등으로 급등했다. 은행채와 예·적금 등 수신상품 금리가 오르면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상승한다. 코픽스는 신용대출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자금대출 등 은행권 변동형 대출금리의 기준이 된다. 이런 코픽스가 오르면 대출 금리 역시 상승하게 된다.

그러던 금융채 금리는 지난 10월 금융당국의 채권안정시장펀드 가동 등 정책금융 투입 후 안정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금융채(AAA) 5년물 금리는 4.678%로 한 달 사이 0.535%포인트 하락했다. 연고점인 지난 10월 21일(5.467%)과 비교하면 0.789%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9월 22일 이후 가장 낮다. 신용대출과 일부 변동형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6개월물도 9일 기준 4.499%를 나타내는 등 하락세다.

이는 곧 주담대 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혼합)형 금리는 연 4.80~7.01%로 나타났다. 지난달 금리 상단이 8%에 육박했던 주요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주담대도 7% 초반으로 내려왔다. 이날 기준 변동형 금리는 연 5.24~7.65%로, 최고 연 7.71%까지 올랐던 지난달 11일보다 금리 상단이 0.06%포인트 내렸다.

일러스트=손민균

금융권은 대출 금리의 하향 안정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국이 시중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 상호금융에 이르기까지 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금융회사들의 대출금리 상승 추이를 주(週) 단위로 살펴보기로 하면서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시중은행 변동금리 반영주기가 6개월 이상이기 때문에 당장은 대출금리가 눈에 띄게 낮아지긴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건 아니지만, 신한은행도 지난 1일부터 주담대 이자 유예 프로그램을 실시했다"면서도 "예대금리차가 계속 줄어들면 대출에 따른 수익보다 지급할 예금 이자가 더 많아지는 '역마진'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대출금리를 많이 내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