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1금융권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예금 금리를 인상하면서 저축은행 금리와 비슷한 수준까지 이르렀다. 통상 저축은행들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데, 대출 금리 상한 등으로 인해 예금 금리를 올리기 버거운 상황이라 자금난에 처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한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 입구. /연합뉴스

1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는 모두 4%를 넘어섰다. 특히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의 최고 금리는 연 4.55%로, 저축은행 정기예금 최고 금리인 4.51%보다 0.4%포인트(p) 높다.

신한은행은 최고 금리가 4.50%를 기록 중이다. 뒤를 이어 KB국민은행(4.23%), 하나은행(4.15%), NH농협은행(4.0%) 등 시중은행 5곳이 모두 최고 금리가 4%를 돌파했다.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 영업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저축은행은 보통 시중은행보다 높은 예금 금리를 준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저축은행들이 이에 대응해 금리를 더 올릴 수 없는 이유는 대출 최고 금리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은현

저축은행들은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예대금리차)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주 대출 대상이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인 만큼 이들에게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준다. 대출 금리가 높다 보니 그동안 시중은행들에 비해 높은 금리를 주고 예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부터 법정 대출 최고 금리가 24%에서 20%로 줄었다. 대출 금리 상한선이 낮아지자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자금 확보를 위해 예금 금리를 올릴 경우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예금을 통한 유입 자금이 감소하자, 상상인저축은행을 포함한 몇몇 저축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비중을 줄이거나 취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 4일부터 본격 시행된 새출발기금 역시 저축은행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제도는 중·저신용자의 채무를 조정해 주기 위해 도입됐는데, 신청 대상자들이 저축은행의 주요 고객층이기 때문이다.

새출발기금의 주요 내용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손해를 입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됐다. 90일 이상 연체된 부실 차주에 대해선 원금 감면을, 보유한 신용·보증채무 등 재산총액을 초과하는 순 부채에 한해선 60~80%선에서 원금 조정을 해준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중·저신용자들은 저축은행의 문을 두드릴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이들에 대한 대출 감면과 금리 조정이 이뤄지면서 저축은행들은 기존 고객들의 이탈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리게 됐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과의 경쟁을 위해 당장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대출 사업 환경이 악화돼 쉽사리 결정을 못 내리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자금 여력이 되는 일부 대형 저축은행들은 버틸 수 있겠지만, 중소형 은행들은 올 하반기부터 위기론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