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전세계 인구 약 20억명이 비만과 과체중으로 살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비만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덴마크 연구진이 삭센다와 위고비 같은 효과적인 비만 치료제의 뒤를 이을 효능이 좋은 새 비만 치료제 후보 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 비임상 임상시험수탁(CRO) 기업 구브라 연구팀은 2일(현지 시각) 인간 유전체(게놈)를 분석해 글루타메이트 수용체가 체중 조절에 관련 있는 것을 확인하고 치료제 후보 물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비만 유병률은 1975년 이후로 3배 늘어났다.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은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티드)가 주를 이루고 있다. 두 치료제 모두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 계열로,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호르몬인 GLP-1의 기능을 모방한 치료제다. 이들 치료제는 원래 당뇨병 치료를 위한 후보물질로 개발됐다. 하지만 추가적으로 체중 조절 효과가 확인되면서 블록버스터급 비만치료제로 떠올랐다.
GLP-1 계열 치료제는 다수 환자가 5% 이상 체중을 감량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 약을 끊으면 곧바로 다이어트 이전 몸무게로 돌아가는 '요요 현상'이 나타난다. 약물만으로는 식욕을 억제하는 회로를 재구성할 수 없어서 생기는 문제다. 과학자들은 이를 극복할 새 메커니즘을 가진 새 치료제를 찾고 있다.
연구진은 체중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물학적 경로를 찾기 위해 세계 최대 유전자 정보 보관소인 영국 바이오뱅크가 보유한 전장유전체 상관분석(GWAS) 데이터를 분석했다. 유전 정보를 전부 탐색해 질병과 어떤 유전자가 연결되어 있는지 찾는 방법이다.
연구진은 비만을 판단하는 기준인 체질량지수(BMI)와 체지방률이 'AMPA'와 'NMDA'라는 수용체의 신호전달 체계와 관련이 있는 것을 알아냈다. AMPA와 NMDA는 뇌에서 신호를 전달하는데 관여하는 글루타메이트 수용체다. 이들 수용체와 신호를 주고 받는 DLG4와 PICK1 유전자는 체질량지수, 체지방률과 유의미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DLG4 유전자는 뉴런 시냅스의 밀도를 조절하는 단백질 'PSD-95′를 만들고, PICK1 유전자는 AMPA의 신호 전달을 조절하는 단백질을 만든다. 두 단백질 모두 신경전달물질이 오가는 시냅스에서 글루타메이트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시냅스후 글루타메이트 수용체'다.
연구진은 PSD-95와 PICK1 단백질이 다른 단백질과 상호 작용하는 부위인 'PDZ 도메인'을 표적으로 하는 단백질 조각(펩타이드)을 신약 후보물질로 선택했다. PDZ 도메인은 세포 내 신호전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표적 하는 물질을 처리하면 단백질 전체의 기능을 억제한다. 연구진은 이 펩타이드를 마우스에 주입해 지속적인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GLP-1 유사체 '리라글루타이드(제품명 삭센다)'보다 지속적인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리라글루타이드의 사용 중단 후에 마우스의 체중이 급격히 증가했으나, 시냅스후 글루타메이트 수용체를 억제하는 펩타이드를 사용한 경우에는 치료 중단 후에도 10일 동안 감량된 체중을 유지했다. 연구진은 글루타메이트 수용체에 대한 간섭이 흥분성 신경전달을 감소시키고, 신경 회로를 변화시켜 지속적인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시냅스후 글루타메이트 수용체는 뇌졸중, 신경통과 같은 중추 신경계 장애 치료제로 연구됐는데 비만 치료 효과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며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약물 타깃을 제안했다는 데 의의가 있고, 체중 항상성과 비만에서 PSD-95와 PICK1 단백질의 역할에 대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1일 게재됐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4),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g2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