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중국에 이어 아시아의 '두 번째 혁신 엔진'으로 평가받았다. 다만 최근 임상시험과 신약 승인 둔화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됐다.

3일 글로벌 종합금융그룹 ING 그룹의 경제·금융 시장분석기관인 ING 리서치는 '한국, 아시아의 두 번째 혁신 엔진(South Korea: Asia's second innovation engine)'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제약산업은 과거 제네릭(복제약)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생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바이오의약품 혁신 국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과 공공·민간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셀트리온(068270)·삼성에피스홀딩스(0126Z0)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등 글로벌 기업의 성장에 힘입어 산업 경쟁력을 키웠다는 평가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지원 과제./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실제 2020~2022년 한국 바이오제약 산업 투자 규모는 연평균 21.6% 증가해 약 29억달러(한화 4조4225억원)에 달했다. 이를 기반으로 신경계·대사·면역질환 분야에서 성과를 냈으며, 최근에는 리보핵산(RNA) 플랫폼과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항암제 분야 역시 여전히 국내 바이오 혁신을 이끄는 핵심 연구 분야로 꼽혔다.

ING 리서치는 현재 한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바이오제약 혁신 국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한국 바이오제약 시장 규모는 약 220억 달러로 세계 13위 수준이다. 서울은 2022년 기업 주도 임상시험 부문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으며, 국가 기준으로도 세계 5위권 임상시험 허브로 자리 잡았다.

국내 기업들의 신약 개발 성과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최근 3년간 1300건 이상의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했는데, 이는 전 세계 발굴 건수의 약 10%에 해당한다. 영국·스위스·일본 등 전통적인 R&D 강국을 앞서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수출 역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의약품 수출액은 지난해 104억달러(약 15조8600억원)로 전년 대비 11.8% 증가했다. 이 가운데 바이오의약품 수출은 전체의 62.6%를 차지하며 18.2% 성장했다. 바이오시밀러 수요 확대와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분석됐다.

전 세계 임상시험 대비 한국 임상시험 시작 비율./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한국의 연간 신약 승인 건수./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다만 ING 리서치는 한국 바이오제약 산업의 성장세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과 규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진행 중인 국내 임상시험 건수는 2024년 2307건에서 지난해 2175건으로 감소했다. 신약 승인 건수 역시 2024년 23건으로 전년 대비 38% 줄었다. 보고서는 장기간의 허가 절차와 엄격한 특허 연장 제도, 복잡한 건강보험 급여 체계 등을 임상 개발의 걸림돌로 꼽았다.

ING 리서치는 "한국은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과 임상시험, 바이오시밀러, 항체·약물접합체(ADC), CGT, 플랫폼 기술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며 중국에 이어 아시아의 '제2 혁신 엔진'으로 자리매김했다"면서도 "약가 제도 개혁과 신속한 허가 절차, 명확한 특허 보호, 보험 급여 개선 여부가 한국이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