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에너지 정책 책사(策士)로 알려진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에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이 의원 측은 “수소경제도 지금과 달리 환경에 무해한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만을 통해서 이뤄야 한다”고 했다. 양이 의원은 탈(脫)원전 운동 등 환경 운동가 출신의 비례대표 의원이다. 문재인 정부가 수소경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관련법은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재생에너지의 낮은 발전 효율과 간헐성 문제 등에 따라 양이 의원이 말하는 이상적인 수소경제 생태계를 이루는 건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법개정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디지털 대전환’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文 정부 수소경제 관련 언급 적은 이재명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는 전날 법안소위를 열고 수소법(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법안 통과는 되지 않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강훈식 여당 간사 측은 “이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가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여당 의원들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 해 생산하는 수전해 설비 중심인 그린 수소 지원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수전해를 통한 그린수소 생산은 국내에서는 이제 실증 사업에 착수하고 있는 단계로, 2030년까지 그린수소 10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청사진 정도를 밝힌 수준이다. 그린수소는 해외도 아직 실증 단계로 2~3년 뒤에나 생산 공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수소 경제 구상은 내년부터 수소발전을 주요한 전력 생산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수소경제위원회는 지난 2020년 발전사업자의 수소발전 의무화(2022년) 등을 담은 ‘수소발전의무화 제도’를 도입·시행하기로 했다. 대한민국이 수소경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기존 재생 보급 체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던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제도(RPS)가 아닌 수소발전 의무화 제도(HPS)를 통해 시장을 새로 만들어 수소경제를 도입·발전시킨다는 것이 골자다.

이어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은 수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고, 이 같은 수소발전 의무화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계류된 수소경제 관련 법안은 이를 포함해 총 7개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 /연합뉴스

◇양이원영 “수소경제도 재생에너지로만 이뤄야”

여당 의원들이 ‘그린수소 중심’을 외치고 나선데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에너지 책사로 알려진 양이원영 의원의 영향력이 배경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이 의원은 현재의 수소발전은 진정한 친환경 발전 체계가 아니라며 현재 제출된 법 개정 방향에 부정적 입장이다.

국회 산중위 소속인 그는 지난 10월 전기위원회에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오는 2040년 확충되는 연료전지(수소) 발전설비가 8기가와트(GW)에 달한다”며 “이 발전설비를 모두 지금처럼 그레이수소(석유화학 공정의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 및 천연가스를 개질해 만드는 추출수소)로 가동하면, 국내 온실가스는 2500만t이나 배출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에 따라 수소연료전지 발전이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에도 오히려 후퇴되는 측면이 크다”고 했다. 그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로 잘못 알려져 있다”고도 했다.

양이 의원측은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수소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린수소를 최대한 활성화 하자는 것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안했다”며 “수소를 어느 정도로 청정으로 볼거냐. 유럽에는 그린수소냐 그레이수소냐 등 개념이 많은데 우리가 통상적으로 어떻게 이걸 준용해서 쓸건지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수소경제도 재생에너지를 통해 이뤄야 하며 이렇게 해야 법 개정이 가능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같은 입장은 이재명 후보의 전력 생산 구상에 그대로 옮겨져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2일 TV조선이 주최한 글로벌리더스 포럼에서 “지금은 석탄 발전소, 원자력 발전소, 가스 발전소를 대규모로 만든 다음 전기를 생산해 전국으로 분산하는데, 이제는 이런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앞으로는 각 지역에서 태양광, 풍력, 지열, 바이오매스까지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전국 어디서나 자유롭게 생산하고 팔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전력 생산 등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방점이 찍혔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같은 입장은 수소발전 기반이 확산되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청한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수소법 개정은 2050 탄소중립 실현과 수소경제로 빠르게 전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며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국농어촌공사가 소유한 전국 3400개 저수지에 태양광발전소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주민들은 “경관을 해친다” 등의 이유로 곳곳에서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대규모 수상(水上)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선 수도권의 한 저수지 모습. /조선DB

◇전문가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 등 과제 산적”

일각에서는 재생에너지의 경우 친 여권 시민단체와 정부 지자체 간 유착관계가 드러났다는 점을 주목한다. 감사원의 서울시 감사 결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560억원대 ‘태양광 보급 사업’에서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정책 결정 관련 위원회와 태양광 보급 업체 임원으로 동시에 활동하면서 사익을 채웠다는 결과가 나온 게 대표적인 사례다.

아울러 친환경 이상(理想)을 이루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한국에서 과연 현실성이 있느냐 하는 문제도 있다.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는 일조량과 바람의 세기 등 간헐성이 있다는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 설비용량 대비 실제 발전량을 보여주는 발전효율을 보면 알 수 있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의 발전효율은 약 8~15%로 수력발전(80~90%), 화력발전(45~50%), 원자력발전(30~40%)과 비교해 매우 낮다. 아울러 국내에서 태양광 패널이 산림에 집중적으로 설치되면서 산사태 등 산림 훼손 문제도 불거지는 상황이다.

풍력도 마찬가지다. 에너지공단의 ‘에너지원별 발전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75개 풍력발전소의 발전효율은 전국 평균 24%다. 유럽 등 선진국이 50%를 넘는 것에 비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와 덴마크 등을 보면 연평균 풍속이 초당 10~11m에 달하고 바람도 한 방향으로 불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국가바람지도에 따르면, 한국은 전 국토의 76%가 연평균 풍속이 초속 6.4m 이하의 풍속 분포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만으로 수소를 대량 생산하는 방식은 개발되지 않았고, 수입을 통해 수소를 액화해서 보관하고 수송하는 방법도 기술적으로 검증이 안됐다”며 “재생에너지만으로 수소를 생산하자는 건 사실상 하지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만약 이러한 수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수소경제 활성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