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컨베이어벨트에 놓인 박스를 들어올린 뒤 몸을 왼쪽으로 틀었다. 휴머노이드가 바퀴가 달린 사족보행 물류 이송용 로봇에 박스를 넘기자, 이송용 로봇이 자율주행으로 이동해 반대편에 서 있는 휠 타입 휴머노이드에 전달했다. 두 다리 대신 바퀴가 달린 휠 타입 휴머노이드는 긴 팔로 박스를 들어 2m 이상 높이의 선반에 적재했다.
LG CNS가 시연한 미래 물류 현장의 모습이다. 세 로봇은 LG CNS의 로봇 전환(RX) 플랫폼 '피지컬웍스'를 기반으로 작동했으며, 사람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했다. LG CNS 관계자는 "로봇의 두뇌 격인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기반 학습을 거쳐 로봇이 100% 스스로 판단해 일하는 장면"이라며 "물류 현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물건들을 짚고 넣어야 하는 업무들이 많은데, 서로 다른 제조사가 만든 로봇들이 물건을 인식하고 어떻게 집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하면서 자율적으로 협업한다"고 설명했다.
LG CNS가 로봇 소프트웨어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 RX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7일 밝혔다. 로봇 본체를 만들지는 않지만, 로봇이 제조와 물류 현장에서 자동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로봇이 현장을 이해하고 스스로 움직여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이날 LG CNS는 자사 로봇 사업 확장의 주축이 될 RX 플랫폼 '피지컬웍스(Physical Works)'를 전격 공개했다. 국내 기업이 로봇 학습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엔드투엔드(E2E)' RX 플랫폼을 자체 브랜드로 선보인 것은 LG CNS가 처음이다.
현신균 LG CNS 사장은 이날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RX 미디어데이'에서 "로봇은 단순한 자동화 설비를 넘어 생산과 운영을 실제로 수행하는 주체로 거듭나고 있다"며 "이런 변화 속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로봇을 얼마나 빠르게 현장에 적용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해 성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로봇 산업은 하드웨어 성능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지만, 산업 현장의 성과는 로봇 하드웨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로봇이 실제 업무를 이해하고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현 사장은 "로봇 전환의 핵심은 개별 로봇의 성능이 아니라 현장에 맞는 학습과 검증, 통합 운영 체계를 갖추는 데 있다"며 "LG CNS는 물류와 제조 현장에서 수백 건의 지능화·자동화 사업을 수행하며 다양한 로봇을 적용하고 운영해온 경험을 축적한 만큼, 앞으로 고객의 RX 전 과정을 지원하는 핵심 파트너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했다.
LG CNS는 올해 하반기부터 RX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로봇 운영·학습 플랫폼 '피지컬웍스'를 개발해왔고, 올해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덱스메이트'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앞서 미국 로봇 브레인 개발 기업 '스킬드 AI'에 투자했고 휴머노이드 양팔 제어 특화 RFM 기업 '컨피그'와도 협업하고 있다.
LG CNS는 피지컬웍스의 최대 강점으로 서로 다른 제조사가 만든 다양한 종류의 로봇을 한 곳에서 통합 제어·관제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산업 현장에서는 업무의 종류에 따라 이족보행·사족보행·휠 타입 등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동안 제조사마다 제어하는 방식과 운영 화면이 달라 로봇 종류가 늘어날수록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웠다. 피지컬웍스는 로봇의 작동 상태와 제어 정보를 표준화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피지컬웍스는 데이터 학습과 검증을 지원하는 '피지컬웍스 포지'와 이족보행·사족보행·휠 타입 등 제조사가 다른 로봇을 운영하는 '피지컬웍스 바통'으로 나뉘는데, LG CNS는 2개 플랫폼을 기반으로 지능형 로봇의 학습과 현장 투입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존 수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자율주행로봇(AMR), 무인운반로봇(AGV) 등 100대 규모 로봇 운영 환경에 피지컬웍스 바통을 적용할 경우, 생산성이 약 15% 이상 높아지고 운영비는 최대 18%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양한 제조사의 로봇이 혼재된 환경일수록 중복 이동과 정체, 수동 개입이 줄어들어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란 설명이다.
LG CNS는 현재 주요 산업 분야 고객사 20곳과 로봇 개념검증(PoC)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피지컬웍스 바통'은 부산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사업에서 순찰·바리스타·짐캐리·청소 등 4종의 로봇을 통합 관제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해 운영하는 로봇은 아직 없는데, 실제 현장에 적용한 뒤 성과를 내기까지는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회사는 전망했다.
현 사장은 LG CNS만의 경쟁력으로 40년 동안 축적한 생산 IT 시스템 역량과 현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꼽았다. 이를 피지컬웍스에 적용해 제조·물류 현장에 최적화된 RX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먼저 국내 제조·물류 현장에 적용해 고도화한 뒤 다른 분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피지컬웍스 적용 사례를 확보하고 고도화한 뒤 산업 특화 RFM도 추가로 구축하기로 했다.
현 사장은 "기존의 산업용 로봇은 미리 정의된 작업을 반복 수행하는 자동화 중심이었지만, 피지컬 AI 시대에는 지능을 가진 로봇이 스스로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해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고객 현장에 최적화된 로봇 도입 전략을 수립하고, 피지컬 AI 상용화의 새 표준을 만들어 궁극적으로 로봇 중심의 자율 운영 체계를 구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