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욱 KT융합기술원 상무가 12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융합기술원에서 발표하고 있다./KT 제공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전파 신호 방해 위험이 없는 무선 양자암호통신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KT는 무선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국내 국방 통신 분야를 선점하고자 한다.”

KT가 12일 무선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 국내 국방 분야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통신 신호 범위를 현재 2㎞ 수준에서 10㎞로 5배 늘리고, 외산 의존도가 높은 송·수신기 등도 국산화하겠다는 목표다. 신호가 닿는 범위가 늘어나면 사단 규모의 군부대가 작전을 해도 데이터 손실 없이 소통할 수 있다.

이영욱 KT융합기술원 상무는 이날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융합기술원에서 간담회를 열고 “적군에게 전파 신호 등의 방해를 받으면 군사작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전 세계가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양자암호통신 기술은 빛 알갱이인 양자 상태로 정보를 송·수신하는 기술을 말한다. 현재 사용되는 통신망은 송·수신자 간 사용하는 암호키가 유출될 경우 정보가 함께 빠져나갈 수 있다. 하지만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이용하면 신호를 받는 송·수신자가 QKD(양자 암호키 분배기)를 통해 암호키를 직접 결정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암호키가 유출되더라도 정보유출 위험이 없다는 뜻이다. 특히 양자 암호키는 송·수신자가 한 번씩만 열어볼 수 있어 해킹을 통해 누군가 신호를 가로채도 이를 확인하고 즉각 대처할 수 있다.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KT가 지난해 한강 동작대교 북단에서 남단까지 1km 구간에서 무선 양자암호 전송에 성공한 모습. /KT 제공

현재 개발 중인 양자암호통신은 광케이블을 통해 신호를 전달하는 유선 방식이다. 차세대 방식은 무선으로 렌즈를 이용해 빛 형태로 신호를 쏜다. 유선 방식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고 전파 형태와 달리 신호를 방해받는 경우도 없어 업계의 관심이 높다.

KT는 2018년 국내 최초로 유선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을 마쳤다. 2021년부터는 무선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KT는 한강 동작대교 1㎞ 구간에 무선으로 양자암호를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초에는 가평 청평호에서 신호 전송 범위를 2㎞까지 늘렸다.

KT는 2㎞ 수준인 무선 양자암호통신 신호 송·수신 범위를 내년 10㎞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는 국방 분야에서 안정적인 광범위 통신 기술의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이 상무는 “전투 상황에 드론 등 무인 장비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넓은 범위에서 신호를 주고 받는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내년까지 한개 사단의 작전 반경으로 여겨지는 10㎞까지 신호 범위를 확대하고 이후엔 2배인 2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KT는 정부와 협업해 장비 국산화도 진행한다. 현재 국내 기술로는 양자암호통신에 쓰이는 송·수신기를 만들기 어려워 외산에 의존하고 있는데, 수급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기 때문이다. 이 상무는 “정부와 협의해 송·수신기 장비와 부품 제조에 필요한 국산 기술 개발을 추진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민간 분야로 유선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점차 확대할 계획도 드러냈다. 이 상무는 “도심항공교통(UAM)을 비롯한 도심형 이동체와 항공기, 위성과 같은 장거리 이동체에도 무선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적용하려 한다”며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허가 하에 금융 기관이나 의료 시설의 보안 시스템에도 무선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