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인수 절차 중단을 선언한 지난 3월 12일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뉴스1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성공,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앞두고 있다. 공정위는 양 사가 독과점 지위를 형성해 이를 남용할 우려가 없는지 등을 심사한다. 공정위는 연내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지만, 업계에서는 두 곳의 결합이 다소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카카오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공정위에 SM엔터테인먼트와의 기업결합을 신고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 현행법은 15% 이상 주식을 취득한 경우 30일 이내에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하고, 관련 심사를 받을 것을 요구한다. 카카오는 지난달 7~26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 주식 833만3641주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 34.97%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은 각각 3.27%에서 20.76%, 1.63%에서 19.11%로 늘어나며 총 39.87%가 됐다.

기업결합 신고가 접수되면 공정위는 두 기업의 결합으로 시장에서의 경쟁이 제한될지 등을 따져보게 된다. 공정위는 이를 '경쟁제한성'이란 항목 아래 기업결합의 형태를 수평형, 수직형, 혼합형 등으로 나눠서 판단하는데,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세 가지가 모두 혼재돼 있다. 업계가 이번 심사가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예상하는 이유다. 심사기간은 통상 6개월~1년 안팎이지만, 실제로 공정위는 추가 자료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년 1개월 만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조건부 승인한 바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말 기준 총 54개(미국법인 포함)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중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이담엔터테인먼트 등 가수를 보유한 연예기획사는 음원·음반 제작 기준으로 SM엔터테인먼트와 수평결합이 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멜론컴퍼니를 통해 진행 중인 음원·음반 유통 사업은 수직결합이 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두 플랫폼을 중심으로 확장 중인 웹툰·웹소설 사업에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지식재산(IP)을 접목하면 혼합결합이 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제정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욱이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을 준비 중이다. 대부분 '간이심사'로 처리되던 플랫폼 기업의 혼합형 기업결합을 원칙적 '일반심사'로 전환해 심사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27일부터 나흘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법무부 반독점국이 공동주최한 '제2회 경쟁당국 수장간 국제회의'에 참석해 "플랫폼들의 혼합결합으로 인한 진입장벽 증대, 시장지배력 전이 가능성 등이 엄밀하게 검토될 수 있도록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상반기 안에 개정할 계획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은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논란이 계기가 됐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도 '이 또한 문어발 경영의 일환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는 '전체 126개 계열사 중 80% 이상이 자사 주요 사업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30일 발간한 '2023년 상반기 기업집단 설명서'에서 "올해 3월 1일 기준 공정거래법에 따른 기업집단 카카오 소속 국내 회사의 수는 126개로, 이 중 84.1%에 해당하는 106개 회사가 카카오의 핵심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분류한 세 가지 범주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자사 사업 방향에 따라 계열사를 ▲IP와 IT 결합을 통한 글로벌 문화 생태계 ▲인공지능(AI)와 헬스케어 중심의 미래 성장 동력 ▲일상의 혁신을 위한 디지털 전환 등으로 분류했다. 각각의 범주에는 64개, 24개, 13개 기업에 속해 있다. 가장 많은 기업이 속한 'IP와 IT 결합을 통한 글로벌 문화 생태계'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 계열사가 대거 포함됐다. 이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 자회사는 43곳이다.

한국경영학회 학술지 'KBR' 제27권 1호에 게재된 '디지털 플랫폼 기업 인수합병(M&A) 전략의 경제·사회적 효과 분석: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사례를 중심으로' 중 일부 발췌. /한국경영학회

학계도 카카오의 주장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최근 한국경영학회 학술지 'KBR'에 게재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 인수합병(M&A) 전략의 경제·사회적 효과 분석: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의 M&A 전략은 목적 측면에서 기존 재벌 기업의 M&A 전략과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카카오의 M&A는 이종 산업 내 기업 간 결합이라고 하더라도, 기업 간 연결성을 바탕으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용자에 서비스 편의성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둔다"며 "국내 전통 재벌 기업의 M&A는 ▲공정거래법망 회피 ▲기업 규모 증대 ▲기업 외부에서 성장 기회 모색 등에 목적을 둔다. 따라서 대상 기업과의 상호 연결성이 없기 때문에 수평결합이나 수직결합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를 통해 경쟁제한성을 따져본 뒤 필요한 경우 시정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 시정조치에는 불공정 거래행위 방지를 위한 행태적 조치와 더불어 주식 매각 명령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속하고 원만하게 인수를 마무리한 이후에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간의 사업 협력을 구체화해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