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그룹의 부품 계열사들이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고 고객사를 다변화하는 것이다.

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SDI·디스플레이 등 삼성그룹 부품 계열사들은 탈(脫)삼성전자를 위한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히 부품만 판매하는 기존 사업 방식을 넘어 솔루션 개발과 신사업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기는 플래그십(고사양) 카메라모듈을 앞세워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샤오미가 대표적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2016년까지 전체 매출의 60%를 삼성전자에 의존했다.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마트폰을 만드는 업체인 만큼 삼성전기가 생산하는 카메라모듈의 대부분을 삼성전자에 납품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내 MLCC 공장에서 한 직원이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그런데 샤오미가 시장 점유율을 늘리며 1위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삼성전기의 카메라모듈 공급량도 늘어났다. 삼성전기는 최신형 카메라모듈을 샤오미에 우선 공급하는 방법으로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 매출에서 샤오미가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샤오미가 차지하는 비중은 14%로 전년 대비 10%포인트 증가했다.

삼성전기는 동시에 고용량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와 고사양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들어 부품 솔루션을 확대한다는 의미로 사업 부문명을 바꾸기도 했다. 카메라모듈을 담당하는 모듈 부문은 광학통신솔루션,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만드는 기판 부문은 패키지솔루션이 됐다.

삼성SDI도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육성하는 방법으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ESS는 삼성전자와 공유하지 않는 별도의 사업 분야다. 삼성SDI의 ESS 기술은 이미 글로벌 수준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가정용과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등 고부가 ESS 판매를 늘리면서 매출을 큰 폭으로 늘렸다.

삼성SDI의 ESS 제품

이에 따라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 13조5532억원, 영업이익 1조676억원을 거두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처음으로 13조원을 넘었고, 영업이익도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삼성SDI는 올해도 고에너지밀도 제품 판매를 확대해 사업의 외형 성장과 함께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TV용 퀀텀닷(QD)디스플레이를 앞세워 고객사를 다변화하고 있다. 중소형 OLED의 경우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의 70%를 공급하는 동시에 중국 오포와 비보에 폴더블(접히는) OLED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글이 개발 중인 폴더블폰 '피핏'과 폴더블 OLED 공급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소니와 델에 TV 및 모니터용 QD디스플레이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삼성전자가 아닌 업체에 제공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산 액정표시장치(LCD) 비중을 높이는 것과 삼성디스플레이의 고객사 다변화는 같은 맥락이다"라며 "삼성전자와 계열사들 모두 매출 편중 현상을 해소해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공유하는 모습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