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두고 SK브로드밴드와 벌이는 법정공방을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가 소비자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모두에게 비용을 청구해 돈을 두 배로 받기 위한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안팎에서 망 사용료 부과 압박이 거세지자 ISP가 소비자로부터 돈을 받고 있으면서, 넷플릭스에서도 요금을 걷기 위한 ‘이중 과금’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넷플릭스는 최근 블로그에 ‘자유롭고 열린 인터넷 환경에서 넥스트 오징어 게임이 탄생하고 꽃 피울 수 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 글은 딘 가필드 정책부문 부사장의 이름으로 올라왔다.
가필드 부사장은 “한국의 ISP 중 한 곳은 이미 세계 1000여곳이 넘는 ISP들이 무상으로 누리는 오픈 커넥트의 혜택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곳의 ISP는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를 두고 소송을 벌이는 SK브로드밴드를 지칭한 것이다. 오픈 커넥트는 넷플릭스가 트래픽을 분산하기 위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술을 적용해 운영 중인 일종의 자체 캐시서버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오픈 커넥트는 인터넷 속도 저하를 방지하며, 넷플릭스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을 95% 이상 감소시킨다. 이를 통해 지난해 절감된 비용만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넷플릭스 측의 주장이다.
가필드 부사장은 “한국 ISP 중 한 곳은 넷플릭스가 소비자 여러분이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시청하실 수 있도록 했다는 이유만으로, 지배적인 영향력을 동원해 자의적으로 정한 금액을 저희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로부터도 받아내려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SK브로드밴드가 소비자와 CP 모두에게 비용을 청구해 양쪽으로부터 두 배로 돈을 받아내려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넷플릭스는 이전까지 SK브로드밴드와 벌이는 망 사용료 분쟁에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말을 아껴왔다. 이번에 정책부문 부사장까지 나서 적극적으로 입장을 피력한 것은 그만큼 국내서 넷플릭스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회는 물론, 업계에서 ‘역차별’ 문제를 거론하며 넷플릭스 역시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우리가 망 비용을 낸다면 우리보다 훨씬 많이 쓰는 해외 기업도 그에 맞는 비용을 내야 공정한 경쟁일 것이다”고 말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도 “글로벌 서비스 업체와 통신사 간 관계와 계약 형태를 알기 어려워 의견을 내긴 어렵다”면서도 “국회에서 공정한 인터넷 환경이 마련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방통위 입법을 적극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지난 7월 부가통신사업자의 합리적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를 도입하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여당에서도 관련 법률개정안을 내놓는 등 국회에서는 최근 글로벌 CP들에 망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안들이 줄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