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제시한 종전안을 두고 이란이 핵심 요구 사항인 핵시설 해체와 우라늄 농축 장기 중단을 거부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협상 교착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란 군부는 최고지도자로부터 새로운 작전 지침을 수령했다며 미국이 재공격할 경우 강력히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1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 등 주요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이란은 중재국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에 보낸 공식 답변서에서 양국 간 현저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앞서 미국은 종전 조건으로 향후 20년간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주요 핵시설을 해체할 것을 이란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이란은 이를 단호히 거부하며 오히려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를 선행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란 신문 자메잼 10일자 1면에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라"고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풍자하는 만평이 실려 있다. /연합뉴스

이란은 답변서에서 현재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을 전량 반납하라는 미국 측 요구 대신, 일부를 자체적으로 희석하고 나머지를 제3국으로 보내는 독자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만약 훗날 협상이 결렬되거나 미국이 합의안을 파기할 경우 국외로 반출한 우라늄을 다시 돌려받는다는 확실한 보장도 함께 요구했다. 아울러 이란은 향후 30일 동안 핵 문제를 논의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고, 원유 판매 제재와 해외 자금 동결을 해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다만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자국 소식통을 인용해 외신들이 보도한 핵 관련 제안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전면적인 전쟁 중단과 제재 해제만이 종전의 핵심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즉각 불쾌감을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답변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외교적 해법이 난항을 겪으면서 양국 간 군사적 긴장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는 이날 이란군을 총괄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사령관 알리 압둘라히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예방해 군사 작전 준비 태세를 보고하고 새로운 지침을 하달받았다고 전했다. 압둘라히 사령관은 "이란군은 미국·시오니스트(이스라엘) 적들의 어떤 행동에도 맞설 준비가 돼 있다"며 "만약 적들이 실수를 저지른다면 이란은 신속하고 강력하며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란군 수뇌부의 위협성 발언도 이어졌다. 이란 육군 대변인 모하마드 아크라미니아는 국영 IRNA 통신 인터뷰에서 "적이 또 오판하고 우리나라를 침공한다면 놀라운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대응에는 새로운 무기, 새로운 전술, 새로운 전장이 포함된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란이 미국의 제안에 역제안으로 맞불을 놓고 군사적 강경 대응 방침까지 굳히면서 당분간 중동 내 무력 충돌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