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력 강화는 주권과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다. 분단국인 한국은 육·해·공 무기체계를 직접 개발하며 방산 역량을 쌓아 왔고,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는 국가로 거듭났다. 국내 방산 업체들은 끊임없이 기존 무기체계를 개선하고 신무기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 군의 다음 세대를 책임질 무기체계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천검(天劍)’ 공대지 미사일은 우리 육군의 차기 공격헬기인 LAH(소형무장헬기)의 주무장으로, 좌우 2발씩 총 4발이 장착된다. 기존까지 한국 공격헬기는 주로 토우(TOW), 헬파이어 등 미국제 미사일을 수입해 사용했지만, 국산 미사일의 필요성이 커지며 지난 2015년 1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7년 2개월 동안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000880) 방산 계열사, LIG넥스원(079550), 풍산(103140) 등이 협업해 천검 개발에 성공했다. 천검의 영문명은 ‘탱크 저격수(Tank Snipers)’를 줄여 ‘TAIPERS’라고 표기한다.
천검은 발사 플랫폼인 소형무장헬기와 동시에 개발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소형무장헬기는 2022년 12월 최초 양산 결정이 내려졌고, 천검도 같은 달에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으며 본격적인 양산을 앞두게 됐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천검의 국산화율(금액 기준)은 96%가 넘는다.
천검의 제원은 길이 1.7m, 직경 15㎝, 발사 중량 35㎏로 알려졌다. 관통력은 약 1m 두께의 장갑을 뚫을 수 있는데, 이는 당초 개발 목표였던 주요 작전성능(ROC)을 초과한 것으로 헬기용 공대지 유도탄의 대명사인 ‘헬파이어-Ⅱ'와 비슷한 수준이다.
천검의 유도 능력은 헬파이어-Ⅱ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천검에는 LIG넥스원이 개발한 ‘이중모드 탐색기’가 탑재됐다. 이는 가시광선과 적외선 영상을 모두 활용해 목표물을 탐지하는 장치로, 야간에도 높은 적중률을 보일 수 있다. 또 천검은 유선 데이터링크를 적용해 목표물이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는 비가시선에서도 발사가 가능하다.
천검은 발사된 뒤 스스로 적외선 이미지를 이용해 표적을 찾아가는 ‘발사 후 망각(fire-and-forget)’ 기능과 발사된 뒤 유선 데이터 링크를 통해 표적을 지정할 수 있는 ‘발사 후 재지정(fire-and-update)’ 기능을 갖췄다. 헬기와 미사일이 광섬유 케이블로 연결돼 있어 사수는 발사된 미사일에서 실시간 전송되는 영상을 모니터로 보면서 끝까지 조준할 수 있다.
유사 무기체계 최초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천검은 개발 과정에서 80만프레임 이상의 표적 영상을 딥러닝(심층 학습) 해 유사시 운용자의 개입 없이도 고정된 표적을 자동으로 포착할 수 있다.
군은 향후 천검을 다양한 파생형 모델로 개발할 계획이다. 우선 국내연구개발로 추진 중인 상륙공격헬기에도 장착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며, 공대지유도탄을 지대지유도탄으로 개조해 전차, 장갑차, 전술차량 등 지상형 플랫폼에 장착해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유도미사일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간 160억달러(약 20조원), 27만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화율이 높은 천검은 향후 수출 효자 품목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광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향후 추가 양산과 파생형 모델 개발, 수출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국내 방위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