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인한 난방비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내에서 수입하는 도시가스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치솟으며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도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탓이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해외에서 들여온 가스의 국내 판매 가격을 낮게 책정해 발생한 일종의 영업손실이다. 미수금으로 늘어난 공사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LNG 가격은 MMBtu(열량 단위)당 34.24달러로 전년(15.04달러) 대비 128% 올랐다. 같은 기간 국내 LNG 수입 물량은 1%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수입액은 84.4% 증가한 567억달러(한화 약 69조8000억원)로 집계됐다. 기존 최대치인 2014년 수입액(366억달러)을 웃도는 규모다. 우리나라는 LNG를 포함한 대부분의 에너지원을 수입하고 있어 국제 가격 변동성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난 25일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설치된 가스 계량기. /뉴스1

앞서 정부는 지난해 도시가스 도매 요금을 4, 5, 7, 10월에 네 차례에 걸쳐 MJ(메가줄·에너지 단위)당 5.47원 인상했다. 인상률로 보면 42.3% 수준이다. 난방비는 가스공사가 도매가를 책정해 중앙 및 개별가구에 부과하는 도시가스 소매 요금과 집단에너지 사업자가 도시가스 요금에 연동해 지역난방 기구에 부과하는 열 요금으로 나뉜다. 지난해 도시가스 소매 요금과 열 요금은 각각 38.4%, 37.8% 올랐다.

당장 올해 1분기는 서민 가계 부담을 우려해 가스요금이 동결됐지만, 2분기부터는 인상이 다시 본격화된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난방이 줄면 난방비가 적게 나올 수 있지만, 올해 말부터는 다시 급증할 수 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늘면서 부채 비율이 공사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수준이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도시가스 요금이 인상되긴 했지만, 국제 LNG 가격 상승폭에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수금은 약 9조원이다. 지난 2021년 1조8000억원 수준이던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지난해 2분기, 3분기에 각각 5조1000억원, 5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가스공사의 부채 비율은 지난 2021년 말 378.9%에서 지난해 말에는 430%대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지난해 1~6월 기준 회계장부상 자산으로 표기되는 미수금을 제외하면 가스공사 부채비율이 560%를 웃돈다는 분석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가스공사 미수금(발전용 포함) 추정치를 약 10조원으로 제시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성수기인 1분기에 가스요금이 동결되면서 미수금이 계속 급증하고 있다"며 "올해 1분기 이후 그 규모가 약 14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미수금이 과거에 손익계산서에 영향을 미친 적은 없지만, 과거 경험을 기반으로 위험 요인을 과소평가하기에는 지나치게 큰 규모인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가스공사를 재무위험 기관으로 지정하고, 2026년까지 미수금 문제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말 산업부와 가스공사는 올해 1MJ당 10.4원을 인상하는 방안을 국회에 보고했다. 지난해 인상분(5.47원)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최근 가스공사 회사채 발행 한도를 기존 4배에서 5배로 늘리는 법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그동안에도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은 임시방편일 뿐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우려가 컸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가스요금 현실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현재 공사의 미수금이 9조원 정도로 많이 누적된 만큼 가격을 원가에 맞춰 현실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그렇게 해야만 가스공사가 가스를 사 올 수 있는 대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는 가격도 중요하지만 수급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며 "공급 지속 가능성을 위해 어느 정도 미수금을 줄여가면서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지난해 4월 이전까지 가스요금을 무리하게 억제하고 일 년 새 몰아서 인상한 것이 이번 난방비 대란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가스요금 조정 및 인상 여부를 홀수월마다 결정하고 있다. 국제 LNG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2021년 3월 이후 총 7차례 요금 조정 시기가 있었지만, 전임 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대통령 선거 전까지 줄곧 동결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