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015760)이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사올 때 지불하는 가격의 기준인 전력도매가격(SMP)이 이달 들어서만 사상 최고치를 세 번 갈아치웠다. 적자를 줄이려면 전기요금을 인상해야하지만, 고공행진 중인 물가 탓에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가는 한전이 올해 30조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 추세대로라면 그 규모가 훨씬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SMP가 kWh(킬로와트시)당 246.68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200원 아래를 유지하던 SMP는 지난 1일에 228.96원으로 치솟아 2012년 2월 8일(225.17원) 이후 10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어 하루 뒤인 2일(245.42원)에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달 들어서만 세 번에 걸쳐 기록을 새로 쓴 것이다.

그래픽=이은현

SMP가 이달 들어 급등한 것은 액화천연가스(LNG)의 영향이 크다. SMP는 가장 비싼 연료의 가격에 따라 결정되는데, LNG 가격이 최근 들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 국가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등 제재 시행에 합의하자, 러시아는 이에 대응해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런던ICE거래소에 따르면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은 지난달 26일 MWh당 346.5유로를 찍은 이후 지난 2일 214.7유로까지 떨어졌지만, 지난 5일 245.9유로로 다시 올랐다.

에너지 업계는 올해 중 SMP가 안정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겨울이 다가올수록 난방을 위한 전력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가스 등 연료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한국가스공사(036460)는 80%를 장기계약, 20%를 스팟(현물거래)으로 가스를 들여오는데, 수요가 늘어나면 최근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스팟 물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일각에서는 SMP가 3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전의 재정 부담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현재 증권가가 전망하고 있는 한전의 적자 규모는 평균 28조8423억원이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올해 상반기 한전의 적자 규모를 예상할 때까지만 해도 SMP가 150~200원 사이였는데, 현재 상황에선 천연가스 경색이 연말까지 해소될 것 같지 않다"며 "한전의 재무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부동산·지분 매각, 소비자 할인 혜택 축소 등을 통해 14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최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지만, 늘어나는 적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적자 규모를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은 전기요금 인상이지만, 최근 물가를 고려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108.62(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5.7% 올랐다. 지난 7월(6.3%)에 비하면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연초(1월 3.6%)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특히 전기·가스·수도는 전년 동월 대비 15.7% 상승했다.

한전은 이달 말 4분기 전기요금 조정단가 결정을 앞두고 정부에 추가 인상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교수는 "한전의 작자는 당장 올해만의 일이 아니라 향후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며 "유럽이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춘다는 것은 결국 기존 공급망을 포기한다는 것인 만큼 새로운 공급선과 인프라를 갖추는 데 수년이 소요될 수 있고, 그 기간에 에너지 가격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