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업계가 새 정부의 해상풍력 발전시장 육성 방침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해상풍력 발전은 해상에서 만든 전기를 육지로 전기를 끌어와야 하는 만큼 해저 케이블이 필수적이라 포화 상태인 국내 전선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 꼽혀왔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내 최대 해상풍력 단지 건설에 '속도조절론'을 제기한 데다, 국정과제에도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아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새 정부는 에너지 신산업 추진과 관련해 "태양광, 풍력 산업을 고도화하고 고효율·저소비형 에너지 수요관리 혁신, 4차산업 기술과 연계한 신산업 육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만 비중 상향, 생태계 경쟁력 강화, 수출산업화 등 다각도로 육성 방침이 마련된 원자력 산업과는 달리, 풍력 산업 관련 방침은 이 한줄에 그쳤다.
업계에선 새 정부의 해상풍력 육성 의지가 전 정부보다 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인수위는 전남 신안에 조성 중인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의 경제성을 신중하게 따져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신안 해상풍력 발전단지는 민간 자금 46조원을 포함해 총 48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는 사업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 규모를 100배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며 마련됐다.
풍력 산업 고도화가 국정과제에 담긴 만큼 신안 해상풍력 발전단지 사업이 완전히 좌초된 것은 아니지만, 지역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사업의 불투명성은 여전한 셈이다. 게다가 새 정부가 탈원전 정책 폐기 및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를 에너지 분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만큼, 예산 우선순위에서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전선업계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해상풍력을 집중 육성하면서 해저케이블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이에 대응해 전선업계는 관련 투자를 단행해 왔다. 해상풍력 발전 건설 비용의 30%는 송전 및 전선분야가 차지하고, 해상풍력 1기가와트(GW) 규모를 설치하는 데 전선분야에서 평균 3억6000만달러(약 4537억원)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해저케이블 시장은 올해 약 58조원 규모에서 2027년 150조원으로 3배가량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중 해상풍력용 해저케이블 수요가 약 70%를 차지한다.
전선업계는 세계 해상풍력 시장 성장세가 유지된다 해도 국내 시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해상풍력을 집중 육성해줘야 전선을 비롯한 관련 기업이 경험과 실적을 쌓을 수 있고, 이를 통해 해외 진출 기반이 만들어진다"며 "현재 세계 해상풍력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기업간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데, 정부가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줘야 국내 기업들도 치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LS전선은 강원도 동해공장에 1200억원을 투입해 해저케이블 생산공장 증축을 진행 중이고, 대한전선(001440)은 충남 당진시에 해저케이블 신공장 부지를 확정해 조만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상풍력 시장의 성장세는 글로벌 트렌드인 만큼 장기적으론 문제가 없겠지만, 국내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이 대거 추진될 것으로 예상됐었고 그에 따른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관련 사업을 위해 계획을 많이 세워뒀는데, 정부의 방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