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글로벌 구리 가격이 치솟으면서 풍산(103140)과 LS전선, 대한전선(001440) 등이 반사이익을 볼 전망이다. 풍산은 제품 가공을 위해 쌓아둔 재고의 평가 이익이 높아지고,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원자재 가격 인상을 판매가에 반영할 수 있다.
5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전 세계 구리 가격은 톤(t)당 1만247달러를 기록했다. t당 가격이 8984달러였던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약 14% 올랐다. 연초(9660달러)와 비교해도 6%가량 높다. 구리 재고량도 9만3975t으로 작년 여름 25만t을 찍은 뒤 절반 이상 줄었다.
구리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글로벌 경제 회복과 관련이 깊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구리 광산의 조업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으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서 구리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구리는 건설, 자동차, 전선 등 각종 산업군의 핵심 소재 중 하나다. 전기차 1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구리의 양만 80㎏가 넘는다. 여기에 전력난과 에너지 비용 급등으로 유럽 비철업체들이 감산에 나서면서 구리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업계에서는 구리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구리 생산국들은 자국 수요를 이유로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 전 세계 1위 구리 생산국인 칠레는 최근 주요 광물에 대한 과세 법안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글로벌 생산량의 2%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는 오는 2023년부터 구리 수출을 중단할 계획이다. 이종형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구리 가격이 역사적 고점인 1만46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리 가격 상승은 구리나 구리 합금 제품을 생산하는 풍산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제품 가격과 원재료의 가격 차이인 '롤마진(Roll margin)'에 따라 풍산의 실적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풍산의 주요 생산품은 전선과 배선에 사용되는 정련 구리인 '전기동(銅)'이다. 구리 가격이 오르면 원재료 매입가 대비 제품 가격 상승효과가 나타나 풍산의 이익 증대로 이어진다. 풍산은 이미 지난해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 덕분에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44% 늘어난 2338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이익이다. 같은 기간 매출도 32% 오른 2조5560억원을 달성했다.
LS전선, 대한전선 등 전선 생산 기업들은 매출 증대가 예상된다. 전선 공급 계약을 체결할 때, 판매가와 구리 가격을 연동하는 이른바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수주 시점과 전선 공급 시점의 구리 가격 괴리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지난해 별도 기준 각각 4조1357억원, 1조861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6%, 29% 늘어난 수준으로, 두 회사 모두 구리 가격 상승 덕분에 양적 성장을 이뤄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선 구리 가격 오름세가 장기화될 경우 되레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풍산의 경우 당장은 재고자산평가액 상승에 따른 이익 증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재고 소진 후에는 구매 단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전선 시장 역시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이 커지면 되레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구리 가격이 오르고 있는 이유는 수급 불균형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완화되는지가 구리 가격 안정화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