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POSCO)와 현대제철(004020)이 자동차·조선업계와 철강재 공급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두 철강사는 자동차 강판값은 인상에, 조선용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은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제품 가격 인상 정도와 전방 산업의 수익성 등을 고려한 투 트랙 전략이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현대차(005380), 기아(000270)와의 협상을 통해 자동차 강판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영중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은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자동차강판 가격을 인상했지만 원가나 시황 상승분에 비해 인상 폭이 작았다"며 "올해는 미진한 부분을 반영해서 인상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박종성 현대제철 고로사업본부장(부사장) 역시 "자동차 강판 등에 원료비 상승분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현대제철은 지난해 상반기에 톤(t)당 5만원, 하반기에 t당 12만원을 인상했다. 인상률은 약 13%였다. 4년 만에 자동차 강판값이 올랐지만, 기초 철강재인 열연강판이 1년 동안 t당 30만원(35.7%) 뛴 점을 고려하면 인상 폭은 크지 않았다. 철강사들이 자동차 업계의 반발에도 추가 인상을 강조하는 이유다.
자동차 생산량이 늘어, 자동차 강판 수급이 빡빡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가격 인상 요인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지난해 반도체 부족 문제로 자동차 생산이 밀렸던 만큼 올해 생산량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지난해 현대차·기아에 철강재를 378만t 팔았는데, 올해는 420만t을 판매 목표로 잡았다. 글로벌 판매량도 지난해 75만t에서 100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역시 올해는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회복세를 보여 지난해보다 3.4% 증가한 36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가벼운 철강재 수요가 커지는 점도 가격 인상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보통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에는 경량강판과 전기강판 등이 1대당 100㎏ 가까이 더 들어가는데, 전기강판의 경우 수요 증가 속도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달 동안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이 20%가량 올랐고, 중국산 철강재 가격이 다시 강세로 돌아선 점도 철강사들이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을 주장하는 요인이다.
조선업계와 진행하는 후판 가격 협상은 동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올해 상반기 조선용 후판값은 지난해 하반기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용 후판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10만원, 하반기에 40만원 올랐다.
자동차 업계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가격 인상 여력이 있는 것과 달리, 조선업계는 수주 물량이 늘었음에도 여전히 조(兆) 단위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6조6789억원, 기아는 5조657억원이었다. 반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조384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삼성중공업(010140) 역시 1조31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도 1조원대 적자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철강업계는 일단 건설과 자동차를 중심으로 고수익성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수급 상황이나 비용 문제 등 어느 면을 고려해도 철강재 가격을 인하할 요인이 없다"며 "상반기에는 수요가 많은 건설용 철근이나 자동차용 강판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는데 주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