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이 대표이사 해임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유통업계 전반에 '마케팅 리스크'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밈(meme)과 커뮤니티 표현을 활용한 마케팅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짧은 문구나 사진 하나가 정치·역사·젠더 갈등과 연결되며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히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인 지난 18일 '책상에 탁!', '5.18 탱크데이' 등의 문구를 활용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비인간적 막장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모회사인 신세계그룹은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즉각 해임했다. 행사 기획 담당 임원 역시 해임 수순을 밟고 있다. 관련 임직원들에 대한 추가 징계 절차도 진행 중이다. 스타벅스 측은 "사전 검수 과정이 철저하지 못했다"고 공식 사과했으며, 현재 내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신세계그룹도 역사 인식 교육 강화와 함께 내부 업무 프로세스 전면 재정비 방침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 실수 차원을 넘어 최근 반복되고 있는 '마케팅 리스크'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고 있다. 실제 유통·식품업계에서는 과거에도 정치·역사·혐오 표현과 관련된 논란이 반복돼 왔다.
무신사는 2019년 카드뉴스를 통해 슬리퍼형 양말 제품 사진과 함께 '속건성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문구를 게시했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치안본부 발표 내용인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를 사용한 것이다. 당시 무신사는 불매 운동이 일자 사과문을 냈다. 그러나 전날(20일) 이 대통령이 SNS에 해당 논란을 다시 한번 언급하면서 무신사가 재차 사과하기도 했다.
GS리테일(007070)이 운영하는 GS25는 2021년 김치볶음밥 주먹밥 제품에 김치를 중국식 절임 채소를 뜻하는 '파오차이'로 표기했다가 이른바 '김치 공정' 논란에 휘말렸다. 결국 해당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전량 교체에 나섰다. 같은 해 GS25는 캠핑 행사 홍보 포스터 속 손 모양 이미지가 남성 혐오(남혐) 표현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으며 포스터를 삭제하고 사과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롯데그룹의 야구단 롯데자이언츠 유튜브 채널에서도 논란이 발생했다. 경기 승리 영상에 삽입된 '무한 박수' 자막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표현으로 사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노무현재단은 항의 서한을 전달했고, 롯데 구단은 "고의는 아니었다"며 사과와 함께 2·3차 검수 시스템 도입 계획을 밝혔다.
◇ 대기업도 유행만 좇는 '온라인 밈' 마케팅 범람
업계에서는 최근 기업 마케팅이 온라인 밈과 커뮤니티 문법을 적극 차용하면서 검수 리스크가 커졌다고 분석한다. SNS와 숏폼 콘텐츠 중심으로 소비자 반응 속도가 빨라졌고, 자극적이거나 트렌디한 표현을 빠르게 활용하려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내부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채널 특성상 주요 소비층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나 밈을 마케팅에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무 단계에서 빠르게 콘텐츠를 제작하다 보면 문제 소지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하고 활용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대형 캠페인이 아닌 단기 할인 행사나 규모가 작은 신제품 홍보 수준의 SNS 프로모션은 실무 단위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윗선까지 세세하게 공유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상세한 보고와 검수 절차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해 논란 가능성을 걸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온라인 커뮤니티 표현과 정치·젠더 이슈에 대한 민감도가 워낙 높아 단어 하나만으로도 논란이 급속도로 확산된다"며 "내수 시장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반복되는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공식 채널이 단순 홍보 수단을 넘어 기업 가치와 윤리의식을 보여주는 창구가 된 만큼 검수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최근 ESG 경영이 중요해지면서 소비자들도 기업의 철학과 윤리의식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과거보다 SNS를 통한 확산 속도가 훨씬 빠르고 불매운동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는 큰 마케팅 담당자 대상 교육과 검수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