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선 샘표식품 대표이사가 31일 식품산업협회 23대 협회장으로 선출됐다. /샘표식품 제공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이사가 31일 한국식품산업협회 23대 협회장으로 선출됐다. 식품산업협회는 1969년 창립된 국내 최대 식품업계 단체다. 192개 기업이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이날 임시총회에 상정된 협회장 선임 건에 대해 130개사가 찬성했다.

박 협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우리 식품기업들은 케이(K)푸드라는 성장엔진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외형 확대를 통해서 국가 경제의 새로운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협회가 식품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회원사 여러분들의 동반자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1950년생인 박 협회장은 서울대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 학·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샘표식품에 입사하기 전에는 미국 빌라노바대에서 철학과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친 적도 있다. 박 신임 협회장은 1988년 샘표식품에 입사해 1997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고, 지주사인 샘표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이번 협회장 선출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황종현 SPC삼립 대표이사가 출마를 접으면서 단독 출마로 가닥이 잡혔지만, 회원사 투표로 뽑은 첫 협회장이라는 점이다. 협회장직은 3년 임기의 무보수·명예직이다. 과거에는 대부분은 지원자가 없었다. 이 때문에 주로 추대 형식으로 단독 출마가 이뤄지고 이견 없이 뽑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상 처음으로 경쟁 구도가 이뤄지면서 협회장을 투표로 뽑았다. 100개사 이상이 찬성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소위 '민선 1기'라고 불리는 이유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어우러진 협회지만 그간 대기업 중심으로 협회가 돌아갔다는 의견도 그의 선출에 영향을 줬다. 식품산업협회 회원사는 192개사다. 매출 1조원 이상은 25개사, 매출 5000억원 미만은 150개사 이상이다.

업계에서는 K푸드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식품산업협회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 박진선 협회장은 출마 당시 "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수출 지원 플랫폼이 되겠다"라고 공약했다. 그는 "협회에 '이머전시(응급) 대응팀'을 신설하고, 품질 문제, 식품안전 사고, 산업재해 등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적인 컨설팅과 실질적인 대응을 제공하는 체계를 만들 계획"이라며 "해외 진출 컨설팅을 위한 '전문 고문단'도 운영해서 수출 기회 확대에도 기여하겠다"라고 했다.

이어 "세계 식품 박람회인 아누가(Anuga), 씨알(SIAL) 등 해외 박람회 참가 기업에 대해 부스 기획, 통역, 물류 등 실무 지원을 패키지로 제공하겠다"라며 "또 수출 중 발생하는 통관 지연, 규제 충돌 등 현장의 애로사항을 신속하게 접수하고, 정부 및 관계기관과 직접 협의할 수 있는 '수출 애로 신고 채널'도 구축하겠다"라고 했다.

한 중소 회원사 관계자는 "실무 지원이 정말 필요하다"면서 "박 협회장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협회를 이끌어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대기업 식품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와의 관계에서 적극적으로 업계 의견을 대변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높은 라면값을 언급했는데,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살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측면도 있다"라며 "협회가 적극적으로 대관 활동을 해주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한편, 박 협회장 선출로 사상 첫 부자(父子) 협회장이 나오게 됐다. 샘표는 3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회사다. 박 협회의 부친인 고(故) 박승복 샘표식품 선대 회장은 협회 전신인 한국식품공업협회 회장으로 10년 넘게 재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