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청사 전경. /조선DB

일부 악성 이용자(유저)들이 게임회사 디자이너들에게 개인 소셜미디어(SNS) 계정으로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사측에는 특정 직원 해고를 요구하는 등 ‘온라인 괴롭힘’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당국은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며 특별점검에 나선다.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3일 서울 지역 6개 지청과 합동으로 게임 악성 유저들의 폭은 등 괴롭힘으로부터 게임회사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오는 서울 소재 게임업체에 대해 고객 응대 근로자 등 보호조치 특별점검 및 자율점검 지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서울고용노동청은 게임업계를 선도하는 주요 게임회사 10개에 대해 오는 4일부터 31일까지 현장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폭언 등을 금지하는 문구 게시 또는 음성안내를 실시하고 있는지 ▲악성 유저들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응매뉴얼을 갖추고 실제 작동되고 있는지 ▲피해근로자를 오히려 해고하는 등의 불이익한 조치를 하지 않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노동당국이 게임회사 근로자가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점검에 나서는 것은 최근 발생한 이른바 ‘집게 손가락’ 논란이 계기가 됐다. 앞서 애니메이션 외주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는 최근 넥슨을 비롯한 여러 국내 게임사의 홍보 영상 속에 페미니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쓰이던 남성 혐오 상징 손동작을 의도적으로 넣었다는 논란이 일었다. 논란은 넥슨의 인기 게임인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블루 아카이브’ 이용자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넥슨은 논란이 제기된 게임들을 검수하고 있다.

현재 비공개로 전환된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홍보 영상. 이른바 '집게 손가락' 논란을 일으켰다. /인터넷 캡처

이 논란과 관련해 일부 악성 유저들이 게임회사 직원에게 “페미인지 답해”라며 폭력적인 사진을 지속적으로 보내거나, 특정 직원을 해고하라며 회사에 찾아가는 일이 있었다는 게 서울지방노동청 설명이다. 악성 유저들은 게임 디자이너 등의 개인 SNS 계정을 스토킹하고, 게임회사 직원들에게 인격모독적인 내용의 메시지를 전송했다고 한다. 게임회사 직원의 개인 게시물을 게임 유저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리고 비난하는 일도 있고, 해고·채용과 관련한 위협성 협박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노동당국에 따르면 서울에는 전국 게임회사(2548개사)의 48%(1233개사)가 있어 게임업계 근로자의 보호 필요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콜센터에 근무하는 고객 응대 근로자뿐만 아니라 일반 근로자도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 제3자의 폭언으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있다.

서울고용노동청은 점검 결과 근로자에게 건강 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으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에는 시정지시를 거쳐 사법조치한다. 또 서울 소재 상시 근로자 수 5인 이상 모든 게임 회사 523곳에 대해서는 자율점검을 지도할 계획이다.

하형소 서울노동청장은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종사자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번 점검으로 게임업계가 악성 유저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기업 채용 과정에서 여대 출신 지원자를 차별한다는 내용의 글. /블라인드 캡처

앞서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집게 손가락’ 논란과 관련해 “(채용 과정에서) 여대는 다 거른다”는 글이 올라왔다. 블라인드는 직장 이메일로 인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가입할 수 있고, 이 글 작성자는 한 금융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표시됐다. 글 작성자 A씨는 “내가 실무자라서 서류 평가하는데, 여자라고 무조건 떨어뜨리는 건 아니지만 여대 나왔으면 그냥 자소서 안 읽고 불합격 처리한다”며 “이번에 넥슨 사태 보니 게임회사도 여자 거르는 팀들이 생겨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씨의 글을 본 네티즌들은 이 금융회사가 채용 과정에서 여성을 차별하고 있다고 고용부에 신고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익명신고센터에 지난 26일부터 나흘간 ‘특정 기업에서 여대 출신 구직자에 채용상 불이익을 주는 관행이 있다’는 내용의 신고는 약 2800건 접수됐다. 고용부는 이 회사에 대해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를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되고, 위반 시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