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관 투자자들이 강한 매수세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1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1520억원을 순매도하는 동안 기관은 1조888억원을 순매수했다.

눈여겨볼 점은 기관 투자자 가운데 증권사를 뜻하는 '금융투자'의 순매수가 전체 기관의 규모를 뛰어넘는 1조1644억원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금융투자의 순매수 행렬은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 전통적인 기관 자체의 독자적인 베팅 보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로 인한 결과라고 해석한다. 개인이 특정 테마의 ETF를 대거 사들이면, 투자자들이 언제든 사고팔 수 있도록 시장에 물량을 대주는 유동성 공급자(LP)와 펀드 바구니에 실제 주식을 채워 넣는 도매상(지정참가회사·AP) 역할을 맡은 금융투자가 해당 ETF 바구니에 담긴 실제 기업들의 주식을 시장에서 자동으로 사들이는 구조다. 실질적으로는 개인의 투자지만, 통계상으로는 기관에 잡히게 된다.

권순호 대신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방한 예정과 맞물려 피지컬 AI, 네이버 등 소버린 AI 관련 ETF로 개인 수급 쏠림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ETF로의 자금 쏠림이 금융투자를 통한 기관 순매수로 연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을 편입한 ETF 16종으로의 막대한 자금 유입도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사흘간 이들 ETF에만 총 27조8710억원의 자금이 폭발적으로 몰리면서 금융투자의 기계적인 기초 주식 매수 규모를 대폭 키웠다는 것이다.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 관계자는 "작년 증시 랠리 이후 주식시장에 새롭게 합류한 개인 투자자들의 ETF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올해 금융투자의 매수 수급이 꾸준히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라며 "높아진 코스피 시가총액을 고려할 때 최근의 기관 순매수는 특징적인 자금 유입이라기보다, 지속돼 왔던 개인의 ETF 투자 흐름이 시장을 떠받치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