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실적 기대감에 힘입어 5월 코스피 지수는 급등했지만, 두 종목을 제외한 상당수 상장사의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중심의 극단적 쏠림 장세가 이어지면서 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도 커지고 있다.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종가가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제공.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5월 4일~6월 1일) 코스피200 동일가중지수는 2.5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가 34.95% 급등한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동일가중지수는 구성 종목의 시가총액 크기와 상관없이 모든 종목에 동일한 비중을 부여해 산출한다. 시총 규모에 따라 지수가 좌우되는 일반 지수와 달리, 개별 종목들의 평균적인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다. 즉 동일가중지수가 하락했다는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초대형주를 제외한 상당수 종목의 주가는 오히려 부진했다는 의미다.

실제 최근 코스피 상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올해 초 약 40% 수준이었던 두 종목의 코스피 비중은 전날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 29.23%, SK하이닉스 24.12%로, 두 종목의 합은 53.35%에 달한다.

이에 따라 증권가 안팎에서는 반도체 쏠림이 임계점에 달하면서, 향후 작은 충격에도 증시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5월 한국 증시는 반도체와 자동차, IT 하드웨어 중심으로 극단적인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며 "한번 흐름이 꺾이면 낙폭이 단기간에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장 이후 수급 쏠림이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에는 출시 직후 며칠 만에 수조원 규모의 개인 순매수가 몰렸다. 투자자 자금이 유입되면 ETF 운용사는 기초자산인 현물 주식을 추가 매수해야 하고, 이는 다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자기강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AI 설비 투자 확대와 병목 수혜 자산의 구조적 이익 성장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유동성 환경이 추가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무리한 추격 매수보다는 기존 보유 전략과 조정 시 분할 매수 대응이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반도체 중심 랠리가 단순한 유동성 장세가 아니라 실적 개선 기대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상승 여력도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S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6배, SK하이닉스는 6.9배로 코스피 평균 8.4배에 비해 낮다.

이 같은 증시 쏠림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서도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알파벳, 메타 등 상위 10개 종목의 S&P500 내 비중이 43.2%에 달한다. 대만 증시에서는 TSMC 비중이 약 44%에 이른다. 글로벌 증시 전반에서 AI 수혜 대형주 중심의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