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6일(현지시각)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이 점쳐지고 있다. 문제는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매수심리가 회복되며 주담대가 두 달 연속 1조원 가까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커진 이자 부담에 취약 차주(돈 빌린 사람)를 중심으로 가계 대출 부실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20일 기준 주담대 잔액은 512조3397억원으로 6월 말 대비 9389억원 증가했다. 5월(6935억원), 6월(1조7245억원)에 이어 3개월 연속으로 대출 잔액이 늘어난 것이다.

미 연준은 기준 금리를 기존 5.00~5.25%에서 5.25~5.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01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으나, 국내 은행권의 대출 금리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상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신흥국 채권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게 되는데, 은행은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은행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은행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상승으로 이어지고 코픽스에 연동되는 주담대 변동 금리도 오르게 된다. 은행은 코픽스 금리에 가산 금리를 더해 주담대 금리를 매긴다.

코픽스는 올해 초 하락세를 기록하다 지난 4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6월 기준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70%로 5월 대비 0.14%포인트 올랐다. 코픽스에 연동되는 은행 주담대 변동 금리도 같이 오르고 있다.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 금리는 지난 26일 기준 연 4.35~6.94%로, 4월 초 4.18~6.22%였던 것과 비교해 최소 0.2%포인트 상승했다.

그래픽=손민균

문제는 주담대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규제 지역 해제, 민간 택지 내 분양가상한제 지정 해제, 담보인정비율(LTV) 등 규제 완화의 영향으로 서울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규제 완화에 더해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등으로 주담대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다”라고 했다.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며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 차주가 늘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 차주 1997만명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40.3%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연 소득의 약 40%를 빚 갚는 데 쓴다는 뜻이다. DSR 70% 이상에 해당하는 차주는 299만명가량으로, 전체의 15.2%를 차지한다. DSR이 70%를 넘어서면 최저 생계비를 제외한 소득의 대부분을 원리금 상환에 쓴다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DSR이 늘면 소비가 위축되고 이는 경기 침체와 직결된다”며 “만약 하반기 물가까지 오른다면 취약 차주가 늘 수 있다. 가계대출 관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금리 인상 영향과 더불어 한국은행의 하반기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며 “환율이 오를 경우 한은도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