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에 등록한 P2P(개인 간 거래) 업체들이 중금리 대출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 기업은 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하기 위해 기존 웹(PC·모바일) 기반 서비스를 애플리케이션(앱)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온투업계는 이를 위해 스톡옵션 부여, 산학협력 등 인재 영입 방안도 마련했다.

온투업은 전통적인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대출을 원하는 사람과 투자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방식의 금융이다. 지난해 6월 P2P 등록이 시작된 이후 44개 온투업체가 금융위원회 등록을 완료했다. 온투업의 연계대출잔액은 1조4000억원, 투자자수는 약 100만명(중복포함) 규모다. 지난 5월 기준 온투업 평균 대출 금리는 10.7% 수준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피플펀드, 렌딧, 어니스트펀드, 투게더앱스(투게더펀딩)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페이지. /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에 등록된 44개 온투업체 중 현재 모바일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피플펀드, 렌딧, 어니스트펀드, 투게더앱스 등 4곳이다. 이들 기업을 포함한 대다수 P2P 업체들은 그동안 웹페이지를 통해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제도권 금융사에 비해 개발자 등 관련 인력과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제도권에 들어온 온투업체들이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저축은행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온투업계 관계자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한 앱에 투자뿐 아니라 대출 기능을 넣거나, 사용자경험(UX)을 높이는 등 앱 고도화를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면서 "덩치가 큰 다른 금융사와 대출 경쟁을 하려면 웹보다 이용이 편리한 앱 등 기반 인프라를 확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온투업계는 앱 개발을 위해 관련 인력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업체에 비해 비교적 빨리 앱을 출시한 피플펀드와 어니스트펀드는 개발자를 포함한 관련 인력이 전체의 40~50%에 달한다. 피플펀드는 신용평가모델(CSS) 개선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인공지능(AI) 기술 전문가들로 구성된 AI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어니스트펀드는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 서울대 AI 연구원과 손잡고 산학협력 프로그램 중 하나인 '캡스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7개월간 딥러닝·데이터 사이언스 등 강의를 이수한 교육생은 온투업을 비롯한 핀테크·데이터 관련 기업으로 2개월간 파견돼 현업에서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된다.

어니스트펀드 관계자는 "신파일러 등의 중저신용자의 유입이 확대되면서 대안신용평가 모델이 금융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면서 "이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의 수요 역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이은현

아직 앱을 출시하지 않은 8퍼센트는 최근 테크리더(예비 최고기술책임자) 등 창사 이래 최다 부분인 16개 분야에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8퍼센트는 인재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지난해 12월 주주총회를 열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톡옵션을 추가 부여했다. 행사가는 주당 100원(액면가)이며, 대상 임직원은 부여 시점 2년 이후 행사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온투업계가 앱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이후 관리와 운영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온투업계 최초로 앱을 만들었던 피플펀드는 지난해 기술 장애로 인해 2주 넘게 앱 서비스가 중단돼 금융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은 바 있다. 한 온투업계 관계자는 "24시간 투자가 가능한 온투업 특성상 이용자 접점 확대가 중요하기에 이런 한계를 극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