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도, 대출 금리도 오르는데, 왜 제 예·적금 통장 이자는 여전히 바닥을 기는 걸까요?”

서울 강서구 소재 직장에 다니는 서민정(30)씨는 “당분간 주식이나 부동산에 무리해 투자하기보다는 현금을 최대한 보유하겠다는 계획”이라며 “하지만 예·적금 금리를 보면 통장에 넣어두는 게 맞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돌입한 가운데 최근 시장에서는 은행의 예·적금 상품 금리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저금리 기조 종료와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여·수신 상품 금리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고 있으나, 금리 인상으로 불어난 대출 이자 부담에 비하면 예·적금 이자 혜택은 저조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3월 30일 서울 시내 은행 앞. /연합뉴스

17일 은행연합회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요 예·적금상품 금리(12개월 만기 기준·세전)를 따져본 결과, 정기예금 상품 최고 금리는 연 2% 안팎에 머물렀다. 금리가 연 4~5%대인 적금 상품은 가입 조건과 월 저축 한도가 제한돼 있다.

이날 기준 KB국민은행의 ▲KB스타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2.14%, ▲KB 더블모아 예금은 최고 2.05%, ▲KB Green Wave 1.5℃ 정기예금은 최고 1.8%다. 신한은행이 취급하는 ▲쏠편한 정기예금은 최고 2%, ▲아름다운 용기 정기예금은 최고 1.8%, ▲미래설계장기플랜 연금예금은 최고 1.6%다.

우리은행의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은 최고 2.5%, ▲모이면 금리가 올라가는 예금 최고 1.8%, ▲WON 예금 최고 1.6%다.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 최고 1.9% ▲3·6·9 정기예금 최고 1.45% ▲행복knowhow 연금예금 최고 1.4% 등이다. NH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II은 최고 2.1% ▲e금리우대예금은 최고 1.85%, ▲NH All100플랜 연금예금은 최고 1.85% 등이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수신상품 금리를 올리고 있음에도 예치금액 한도나 가입 대상 등 제한 조건이 걸려있다 보니 많은 수요자가 수신 금리 인상의 실질적인 혜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시중은행이 취급하는 직업군인 등 특정 직업군과 기초생활수급자, 북한이탈주민, 결혼이민자 등 일부 계층만 가입할 수 있는 적금상품의 경우 최고 금리는 연 4~5%대인 반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적금 상품 최고 금리는 3%대로 예치금 한도가 설정돼있다. 최고 금리가 1~2%대인 상품도 다수다.

금리 인상에 은행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의 이자 부담도 커졌다. 시중은행 5곳이 취급하는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고정 금리 5년 후 변동금리로 전환)는 지난 1월 연 3.57~5.07%에서 현재 연 3.90~6.45%로 뛰었다. 가계대출을 늘리기 위해 은행들이 우대금리도 부활시켰지만,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주담대 금리 상단이 6%대를 돌파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내 기준금리가 2%에 이르면서, 올해 안에 주담대 금리가 7%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 상품에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수신상품 금리도 상향 조정했으나, 기준금리 추가 인상으로 체감 효과가 떨어지게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작년 11월과 올해 1월 기준금리가 0.25%P 올랐을 당시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0.1~0.4%P 올린 바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은행채 금리에 바로 반영되다 보니 주담대 상품 등 대출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다”면서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의 자금조달비용도 늘어 다시 대출금리를 밀어올리기 때문에 결국 차주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예적금 수신상품과 은행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자금 조달 비용이 늘면서 다시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인다.

한편, 신한, KB국민, 하나은행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오는 18일부터 정기예금·적립식예금의 금리를 최대 0.4%포인트(p) 인상하기로 했다. 나머지 은행들도 수신 상품 금리 인상 폭과 시기를 검토 중으로 조만간 금리 조정에 나설 전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1.50%로 0.25%p 올렸다.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결정이었다. 소비자물가는 3월 전년 동월 대비 4.1% 올라, 2011년 4월 이후 10년3개월 만에 4%대 상승률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