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타고 오셨어요? 김포골드라인 사람 많죠?”

지난 주말, 경기 김포시를 찾았다. 연말을 맞아 신년 운세를 보기 위해서였다. 동대문에서 출발해 지하철 3개 노선을 거쳐 2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신도시 부근이라 동네가 아직 휑하니 개발 중이었지만 곳곳에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김포시→서울특별시! 좋아요’, ‘무늬만 서울 안돼! 5호선 연장부터’.

국민의힘이 김포시 등의 서울시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던 지난 3일 경기 김포시의 한 거리에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이 좋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뉴스1

이달 초 정치권을 중심으로 김포를 서울로 편입시킨다는 ‘메가 서울’ 구상안이 나오자 주식시장에선 김포와 관련된 이른바 ‘테마주’가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 상장사 코아스는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3거래일간 주가가 72% 상승했다.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기간 누리플랜 주가도 45% 상승했다. 11월 1일에는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당시 좋지 않았던 국내 증시 상황을 고려하면 이같은 상승세는 다소 이례적이었다. 뜯어보면, 이들 종목은 모두 김포 관련주로 분류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김포에 본사를 두고 있거나 부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주가는 어떨까. 코아스 종가는 최근 2주 사이 22.4% 급락했다. 누리플랜도 24.2% 떨어졌다.

김포 테마주가 잠잠해지자 이번엔 정치 테마주가 난리다. 총선이 아직 5개월 남았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20일 디티앤씨는 가격제한폭(29.87%)까지 오른 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자회사인 디티앤씨알오도 14.55% 올랐다. 부방은 27.03% 오른 383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장관 테마주로 분류되는 배경도 김포 테마주와 같이 단순하고, 논리적인 근거가 없다. 한 장관과 고향이 같거나 같은 학교를 나온 임원이 있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회사의 실제 가치와 주가 흐름 간 상관관계가 분명치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대 주주가 한 장관이 나온 현대고 동창이라며 9.43% 올랐던 한국수출포장은 하루 만에 2.19% 하락했다.

투자자들도 테마주의 위험성을 모르진 않는다. 사실 믿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투자법을 구사하는 것일 뿐이다. 물론 이 또한 훌륭한 주식 매매법이 될 수 있지만, 성공률이 높지 않다는 게 문제다. 선제 매수하기가 쉽지 않고, 언제 어느 시점에 주가가 급락할지 모르기 때문에 어렵다. 다른 투자보다 더욱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다시 2시간이 걸려 집에 오는 길에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됐던 ‘사주를 편법으로 피하는 법’이라는 글을 봤다. 칼 맞을 사주면 쌍꺼풀 수술로 회피하고, 피 볼 사주면 헌혈로 회피하라는 내용이었다. 교통사고가 날 거니 차를 조심하라는 말엔 범퍼카를 타면 된다고 했다. 과연 사주는 유용한 것일까. 황금 같은 주말을 통째로 바친 만큼, 유용한 이야기를 듣고 왔나 하는 생각에 입 안이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