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기업 실적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2분기 코스피 상장사들의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다. 다만 현대자동차(현대차)와 기아차(기아) 등 자동차주는 이 같은 전망에서 예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2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외신에서는 미국에서 주목되는 전기차는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기아의 EV6′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도 현대차·기아차 실적호조를 기대하며, 투자의견은 ‘매수’를 제시하고 있다.
11일 한국투자증권은 기아(000270)의 2분기 영업이익은 2조2474억원으로, 컨센서스를 29%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아 분기 영업 이익은 1분기에 기록한 1조6000억원이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를 2분기에 다시 경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아차의 2분기 글로벌 도매 판매는 73만3000대다.
현대차도 2분기 깜짝 실적을 낼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현대차(005380)에 대해 수익성 호조로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31% 증가한 2조4723억원을 기록하며 컨센서스를 14.3% 상회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매출액은 2분기 판매가 예상치를 7.2% 하회하면서(실제 97만3000대·예상 104만8000대) 컨센서스 1.7% 상회에 그칠 전망이다.
이같은 호실적은 환율보다는 인센티브 절감 효과가 더 크게 기여한 것이란 분석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에 대해 “2분기 평균 환율로 인한 영업이익 증가를 308억원으로, 기말 환율 변화에 따른 판매보증충당금 증가(영업이익 감소)를 1963억원으로 예상한다”면서 “여기에 인센티브 절감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를 사상 최대인 6409억원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분기 미국에서 대당 인센티브가 76%로 급감하며 고스란히 이익 증가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김진우 연구원은 현대차에 대해서도 “2분기 평균 환율로 인한 영업이익 증가를 4700억원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대부분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효과”라면서도 “미국에서 대당 인센티브가 71%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으며 인센티브 절감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는 사상 최대 수준인 6208억원으로 추정한다”고 부연했다.
3분기부터는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여파에 따른 금리 인상으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도 있다. 경기 소비재의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줄어들 것이란 것이 공식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차 가격과 오토론 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자동차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보면 지난 3년간의 공급 차질 기간동안 누적된 대기 수요가 소진된 이후 자동차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수요 위축의 시점이 지금은 아니다”라면서 “미국 물가 지표에서 신차 가격이 13% 상승했고, 리스 구매에 따른 월 상환액은 15% 이상 상승했지만 6월에도 미출고대수와 딜러 주문은 매주 증가하고 있다. 여전히 대기 수요가 소비 둔화보다 우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대규모 파업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일 노조원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72%의 찬성으로 쟁의행위가 가결됐다. 이후 교섭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온다면 4년만의 파업이 시작될 수 있다. 노조측 요구안에는 기본급 인상뿐 아니라 신입사원 충원, 임금피크제 폐지, 국내 전기차공장 신설 등 사측의 전략에 반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정용진 연구원은 “파업이라는 변수는 일종의 공급 차질 이슈로 판단할 수 있다”면서도 “특정 이슈로 3분기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면 관련된 안전 재고를 확보하고, 이후생산 환경에서 만회하는 전략을 충분히 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선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 종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현대차와, 기아에 대해 각각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 목표주가 26만원, 13만5000원을 제시했다. 삼성증권도 현대차와 기아에 대해 각각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 목표주가 26만원, 12만원을 제시했다. 다만 주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8일 종가기준) 현대차 주가는 17만8000원, 기아는 7만6800원이다. 지난 6개월 간 현대차 수익률은 -17.21%, 기아는 -11.42%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부문은 연초 이후 지속적 시장 컨센서스 상향 조정이 이뤄졌음에도 대외변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저평가 상태가 심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