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신임 회장을 직접 접해본 사람들은 정 신임 회장이 대기업 차기 경영인답지 않게 겸손한 것에 놀란다. "배려심이 많다", "책임감이 강하다"는 이야기도 한다. 정 신임 회장은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나서는 것을 꺼리는 가풍(家風) 때문에 지나친 관심을 받는 것을 반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에 대한 열정, 직접 발로 뛰는 현장 경영 역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신임 회장이 작년 2월 넥쏘 자율주행차를 타고 찍은 영상.해당 영상은 ‘현대·기아차 신임과장 및 책임연구원 세미나’에 축하 메시지로 보내졌다.

◇겸손하고 소탈한 성품…'소통 경영'으로 이어져

정 신임 회장은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을 극진히 모시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정 신임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행사에 함께 참석했을 때 정 명예회장이 자리를 뜨면 정 신임 회장이 가장 오래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고 한다. 정 신임 회장이 아버지께 예의를 갖추는 것을 보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이 느껴질 정도라는 것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정 신임 회장의 가정교육을 매우 엄격하게 시켰다고 한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생전에 새벽 5시 온 가족들과 아침식사를 하며 '밥상머리 교육'을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정 신임 회장이 예의바르고 겸손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이 같은 가정교육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 신임 회장의 일에 대한 열정 역시 대물림됐다는 평가다. 정 신임 회장은 매일 아침 6시30분이면 사무실에 출근하는 '일벌레'로 통한다. 그에 대해선 "앉으나 서나 자동차 생각 뿐", "워커홀릭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일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2017년 6월 경기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코나 공개 행사에서 신차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현대차에 젊은 감성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정 신임 회장은 지난 2017년 코나 출시 행사에서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나와 차를 직접 소개해 주목받았다. 임원들은 보통 검정색 세단을 주로 이용하는데 정 신임 회장은 다크블루 색상의 에쿠스, 녹회색의 제네시스 G90 등 눈에 띄는 색상의 차를 타고 있다.

정 신임 회장의 소탈한 성품은 경영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작년에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직원 1200여명과 타운홀 미팅을 열고 즉석에서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타운홀 미팅이 끝난 직후에는 직원들과 활짝 웃으며 셀카를 찍기도 했다. 또 셀프카메라 형식의 영상 메시지를 사내 방송으로 전 직원에게 공유하기도 했는데, 캐주얼 차림으로 넥쏘 운전석에 앉아 자율주행을 직접 시범했다. "이런 좋은 차 누가 만들었나요"라며 재치있게 농담하는 모습도 보였다.

정 신임 회장은 현대차그룹에 입사했던 초기에 직원들과도 자주 어울렸다고 한다. 함께 산행을 하거나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종종 나눴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신임 회장이 작년 10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을 마친 후 임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 정의선 신임 회장의 화려한 인맥·혼맥

정 신임 회장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1995년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당시 강원산업 부회장)의 장녀 정지선씨와 결혼했다.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으며 정 신임회장과 정지선씨의 사촌오빠가 중·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하다. 사돈이 된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도원 회장도 경복고 선후배 사이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신임 회장은 위로 성이·명이·윤이 등 누나만 3명이다. 큰 누나는 현대차그룹 계열 종합광고대행사인 이노션의 정성이 고문으로, 1985년 대전 선병원의 선두훈 이사장과 결혼했다. 정 신임 회장은 정성이 고문과 막역해 해외 모터쇼에서 동행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둘째 누나는 정명이 현대카드 브랜드부문 대표이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부인이다. 셋째 누나는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장이다.

정 신임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호형호제할 만큼 가까운 사이다. 경복초등학교 동창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구본상 전 LIG 넥스원 부회장도 정 신임 회장의 절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