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은행이 목표…기업여신 크게 늘릴 것
글로벌 진출, 동남아부터 공략해 속도낼 예정
핀테크에 직접 투자, 인수합병(M&A)도 고려"

"2019년엔 더 좋은 은행을 만들어 갑시다."

이대훈(59) NH농협은행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제일 먼저 꺼낸 말이다. 다른 시중은행이 경영 환경 악화를 언급하며 수익성과 영업을 강조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농협은행이 협동조합금융이잖아요. 우리가 모시는 분이 농민이고, 어려운 사람이 잘살고자 하는 걸 도와주는게 협동조합이고 사회적금융 아닙니까"라고 했다.

이 행장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NH농협은행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을 기업을 위해 올해 기업여신을 늘리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직원과 영업점 평가 기준에 기업여신 비중을 확대했다. 그는 "기업이 이렇게 어렵게 운영할 때 농협은 다르다는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 행장의 말투는 조곤조곤했지만, 말이 속사포처럼 빨랐다. 말만 빠른 것이 아니었다. 1시간 남짓한 인터뷰 시간 동안 ‘속도감 있게’, ‘빨리’란 말을 12번이나 했다.

이대훈 행장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NH농협은행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행장은 은행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양재 디지털 혁신센터 사업을 굉장히 의욕있게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3월 말에 양재동에 여는 디지털 혁신 캠퍼스를 토대로 NH농협은행의 디지털 역량을 지금보다 4~5배 키우겠다. 이 곳에서 핀테크 기업을 양성하겠다"고 했다. 될성 부른 핀테크 기업엔 자본투자도 하고, 인수합병(M&A)도 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시장 진출 계획도 밝혔다. 이 행장은 "베트남에 법인을 설치하고, 홍콩 당국의 도움을 받아 1분기 중에 홍콩 지점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진출 시기가 다른 은행 대비 뒤쳐진 만큼 속도를 내서 따라잡겠다"고 했다.

이 행장은 NH농협지주에서 ‘영업통(通)’이자 ‘승부사’로 유명하다. 이 행장은 2015년 경기영업본부장, 2016년 서울영업본부장을 지내면서 실적이 꼴찌인 점포를 기사회생시켰다. 이후 2016년 11월 상호금융대표로 발탁됐고, 1년 뒤인 2017년 12월엔 은행 수장 자리에 올랐다. 취임 첫해인 작년에 당기순이익 1조2226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실적 목표를 더 높게 잡았다.

그는 "은행 경영환경이 좋진 않지만 수익 목표를 소극적으로 잡진 않았다"고 했다. 이 행장의 올해 순이익 목표는 1조2800억원이다. 이 행장은 "팍팍한 상황에서 어렵게 목표를 맞춰나가는 것도 상당한 희열"이라며 "NH농협은행이 협동조합 DNA를 살린 좋은 은행으로 역할을 하려면 적어도 1조원 이상의 수익을 내야한다"고 했다.

다음은 이 행장과의 일문일답.

-신년사에서 가장 먼저 강조한 게 ‘좋은 은행이 되자’였다.

"농협은행은 모태가 협동조합금융이다. 그래서 늘 사회공헌을 강조해왔다. 실적이 정말 나빴을 때도 사회공헌활동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지난해 사회공헌액은 1203억원이었고 매년 평균 1500억원 정도를 지출해왔다. 7년 연속 사회공헌 1위 은행의 영예를 지킬 수 있어 참 감사한 일이다. 실적이 나쁜데 사회공헌을 줄이지 않는 건, 농협 내부의 그런 문화나 원칙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 아닌가."

이대훈 행장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NH농협은행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디지털 역량도 강조했다.

"디지털 역량만 따지고 보면 우리가 다른 시중은행보다 앞선다. 4~5년 전 다른 은행이 주저할 때 우리는 과감히 디지털혁신센터를 도입했고, 오픈플랫폼을 만들었다. 우리가 가진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만 하더라도 128개다. 우리 스마트뱅킹앱 실 이용고객은 745만명에 달한다."

-모바일 앱의 이용률이 높은 이유가 궁금하다.

"선점효과다. 자꾸 새로운 기능을 시도해 본 것이 주효했다. 기능을 한 데 모으면서도 앱이 무거워지지 않도록 작년 10월에 고도화 작업을 진행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훨씬 편리해졌을 것이다. 또 우리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이들은 주거래은행을 잘 바꾸지 않는데, 비대면에서도 그런 성향을 보인다."

-다음 달 말에 양재에 디지털 혁신 퍼스를 열 계획이다.

"디지털 혁신 캠퍼스가 문을 열면 기존에 있는 서대문 혁신센터 기능이 4~5배로 커지는 것과 같다. 서대문과 의왕에 있는 IT본부를 모두 양재로 모은다. 문화도, 조직도 아주 유연하게 만들 것이다. 은행권의 보수적인 복장, 출퇴근시간을 적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될 성 부른 핀테크업체들도 여기에 불러모은다. 이들에게 투자할 2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도 도입했다. 필요하면 자본 투자도 하고 정말 유망하면 인수합병도 할 생각이다."

-대출이 아닌 투자를 하는 이유가 있나.

"대출하는 건 우리가 그냥 이자 받겠다는 말 밖에 안된다. 일종의 가족의식으로 자본금 투자를 할 생각이다. 그래야 우리와 함께 좋은 서비스를 개발할 거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은행에는 관심이 있나.

"은행은 은행대로, 지주는 지주대로 고민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케이뱅크에 지분을 투자했다. 만약 은행이 더 좋은 파트너와 더 좋은 모델로 인터넷은행을 하겠다고 하면, 지주는 케이뱅크 지분 매각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은행이 인터넷은행에 뛰어들려면 지금의 케이뱅크 모델보다 더 나은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

-글로벌 진출 전략이 궁금하다.

"동남아 시장을 우선적으로 보고 있다. 우리는 지난 30~40년간 집중적으로 농업금융을 해왔고 동남아는 농업금융에 대한 필요도가 굉장히 높은 곳이다. 현재 우리나라 농업 비중은 전체 산업의 3% 수준이지만 베트남만 하더라도 70%에 이른다."

-올 초에 동남아 다녀왔는데 어떤 계획을 세웠나.

"베트남엔 법인까지 두려고 한다. 이미 하노이에 지점이 있고 호치민에 사무소가 있는데, 호치민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면 자동으로 법인이 된다. 베트남 정부와 잘 논의해서 집중적으로 점포를 만들어갈 생각이다.

-베트남 외 다른 지역 상황은 어떤가.

"캄보디아와 미얀마에는 소액대출회사가 있다. 캄보디아에 있는 소액대출회사는 곧 수신(예금)도 가능한 회사로 전환된다. 그냥 은행이 되는 것이다. 인도에도 지점을 내는 게 목표다. 이번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왔을 때 긴밀하게 조율했다. 이와 함께 두바이,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멕시코시티 등에도 지점 설립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취임 이후 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올해 목표는.

"은행의 경영환경이 좋지 않다고 하지만 작년보다 더 하자고 목표를 세웠다. 1조2800억원이 목표다. (목표액이 늘었지만) 주, 하루 단위로 쪼개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어려운 여건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게 또 희열이 있다."

-올해 점포전략은
"농협은행은 지역사회와 함께 가야 해 수익성만으로 점포를 운영할 수 없다. 대신 수도권에 있는 점포는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을 할 것이다. 수도권 점포에는 로컬푸드(지역농산물) 판매장을 따로 설치해 고객을 유치할 생각이다. 또 새로 만드는 점포는 디지털에 특화해 아주 뛰어난 소수의 직원만 상주시킨 뒤 상담 위주로 운영할 계획이다."

◇프로필
△1960년 경기도 포천 출생
△1981년 농협대학교 졸업
△1985년 농협중앙회 입사
△1992년 농협중앙회 경기도지회
△1994년 농협중앙회 안성교육원 조교수
△2001년 농협중앙회 중소기업센터 출장소장
△2004년 농협중앙회 경기도청 출장소장
△2009년 농협중앙회 서수원 지점장
△2010년 농협중앙회 광교테크노밸리 지점장
△2013년 NH농협은행 프로젝트금융부장
△2015년 NH농협은행 경기영업본부 본부장(부행장보)
△2016년 NH농협은행 서울영업본부 본부장(부행장보)
△2016년 농협중앙회 상호금융대표이사
△2017년 현재 농협은행 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