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KT·LG유플러스를 둘러싼 통신업계 내 연합 전선 구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은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과 이를 견제하려고 힘을 합친 KT·LG유플러스 간 대결 구도였다면 이제는 'KT 대(對) SK텔레콤·LG유플러스' 연합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 5세대 이동통신(5G) 준비 과정에서 관로(지하에 매설된 케이블 통로)·전신주(전봇대) 등 통신 인프라(기반시설)를 공동 활용하는 문제를 놓고 벌이는 신경전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기반 시설을 갖고 있는 KT는 SKT와 LG유플러스에 적절한 대가 지불을 요구하는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해 KT가 더 많은 필수 설비를 개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는 말이 실감 나는 상황이다.

◇예전에 'SKT 대 KT·LG유플' 구도

전통적으로 통신업계에선 1위인 SK텔레콤에 2·3위인 KT·LG유플러스가 연합해 맞서는 구도가 형성돼 있었다. 지난 2015년 6월 SK텔레콤이 국내 최초로 사물인터넷(IoT) 전용 통신망(로라) 구축을 완료하자, KT와 LG유플러스는 바로 그 다음해 사물인터넷망(NB-IoT)을 공동으로 구축해 맞대응했다. 두 회사는 또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앱 'T맵'을 따라잡기 위해 그동안 따로 수집하던 실시간 교통 정보도 공유하고 있다.

지난 2016년 SK텔레콤이 케이블TV업계 1위인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추진했을 때에도 두 회사는 "SK텔레콤이 통신시장에 이어 유료 방송시장까지 장악하려 한다"며 공동 저지 작전을 폈다. 인수합병을 비판하는 공동 보도자료를 5차례 냈을 뿐 아니라, 주요 일간지 1면에 'SK텔레콤은 나쁜 인수합병을 포기하라'는 내용의 공동 광고까지 게재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음악 서비스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음악 서비스 '지니'와 음악 유통 사업을 담당하는 KT의 자회사(KT뮤직)에 267억원을 투자하면서 KT에 이어 2대 주주(지분 15%)가 된 것이다. KT는 LG유플러스의 합류로 자회사 이름을 지니뮤직으로 바꾸기도 했다.

◇5G 준비 과정서 엇갈린 이해관계

하지만 기존 통신시장 판을 흔들 수 있는 5G 시대를 앞두고 상황이 180도로 달라졌다. 관로와 전신주 같은 KT의 필수 설비를 공유하는 문제를 놓고서다. 전체 관로의 72.5%와 전신주의 93%를 보유한 KT는 이를 기반으로 전국에 독자적 5G 기지국을 구축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더 많은 필수설비를 공유해야 중복 투자를 막을 수 있다"고 KT를 압박하고 있다. 5G 통신망 구축에 20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필수 설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투자 비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5G 주파수가 특성상 도달 거리가 짧아 기지국을 LTE(4세대이동통신) 때보다 3배 이상 더 많게 촘촘히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부각된 문제"라고 했다. 정부도 "3월 안에 중재안을 마련하겠다"는 목표 아래 지난 1월부터 업계 입장을 조율해왔지만, 양 진영 간 입장 차 때문에 발표가 당초 계획보다 미뤄지기도 했다.

최근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을 33.3%로 제한한 합산 규제가 오는 6월 폐지되는 문제를 놓고서도 유료방송 1위인 KT 대(對) SK텔레콤·LG유플러스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합산 규제는 인터넷TV·케이블TV·위성방송 등을 모두 합친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전체의 33.3%를 넘지 못하게 한 규정이다. KT는 "시청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반시장적 합산 규제를 철폐해야 한국에서도 넷플리스 같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합산 규제를 없애면 인터넷TV와 위성방송을 모두 가진 KT의 시장 독점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