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부터 연체 채무가 있는 고위험자나 3매 이상의 신용카드로 카드대출을 이용하는 다중 채무자는 신규 카드 발급을 못 받는다. 또 신규 카드론의 대출한도는 신용카드 이용한도와 통합관리해 카드론의 월(月) 채무 원리금 상환액이 '신용카드 월 이용 가능 한도 중 사용하지 않은 월 한도의 3개월 평균치'를 넘지 못한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이런 내용으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시행령·시행규칙·감독규정을 개정하고 금융감독원, 여신전문금융업협회, 카드업계와 공동으로 '신용카드 발급 및 이용한도 모범규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저신용자 및 고위험군에 대한 카드발급이 까다로워지고 카드론 한도 등이 줄어든다.

개정된 모범규준에 따르면 금융기관에 연체 채무가 있거나 결제능력을 인정하기 어려운 고위험자나 3매 이상의 신용카드로 카드대출(현금서비스·카드론·리볼빙)을 이용하는 사람은 신규 카드발급이 중단된다. 6월말 기준 3매 이상의 카드로 카드대출을 쓰는 사람은 96만4000명으로 대출금액은 총 15조원이다. 금융위는 지난해에 발급된 신용카드 630만건에 이 기준을 적용하면 약 30만 건이 발급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이용한도는 가처분 소득(연소득에서 연간 채무원리금상환액을 뺀 금액)에 따라 제한된다. 신용등급 1~4등급인 사람의 이용한도는 월 가처분 소득에 카드사가 자체적으로 정한 배율을 곱해서 정하고 5~6등급은 월 가처분소득의 300% 이내, 7등급 이하는 가처분소득의 200% 이내에서 카드 이용실적 등을 감안해 차등한다. 다만 새로 책정한 이용한도가 연체 없이 사용한 최근 6개월간 월 최고 이용금액 이하인 경우 최고 이용금액을 이용한도로 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처분 소득 기준을 도입하면 전반적으로 카드 이용한도가 줄어들 것"이라며 "가처분 소득이 마이너스인 경우 카드 갱신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신규 카드론 대출한도는 '신용카드 월 이용 가능 한도 중 사용하지 않은 월 한도의 3개월 평균치' 이내로 조정된다. 예를 들어 카드론 신청 이전 3개월 동안 월 이용 가능 한도 중 사용하지 않은 금액이 평균 100만원이라면 카드론의 월 채무 원리금 상환액이 100만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카드사가 카드 이용한도와 카드론 이용한도를 별도로 부과해 개인의 상환능력을 이중으로 인정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금융위는 이번 모범규준이 시행되면 전체 전업 카드사의 연간 순이익이 약 1500억원 감소하고 자산은 5조70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금서비스 이용한도는 총 이용한도의 40% 이내에서 회원의 신용등급 등에 따라 차등 부여할 수 있고 결혼식이나 장례 등으로 회원이 한시적으로 한도 상향조정을 요청한 경우 채무 불이행의 위험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허용된다.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신용카드 발급 기준은 만 18세 이상에서 개인신용 6등급 이내인 민법상 성년자(만 20세 이상·2013년 7월부터 19세 이상)로 한정된다. 이는 금융위가 지난해 말 발표한 '신용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다.

신용카드는 원칙적으로 6등급 이내인 민법상 성년자에게만 발급할 수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정책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민법상 성년자가 아니어도 만 18세 이상이면서 월 가처분소득 50만원 이상인 재직증명이 가능하면 발급이 가능하다. 신용등급은 복수의 신용평가사로부터 받은 등급 중 유리한 등급을 적용할 수 있다. A 회사가 6등급, B 회사가 7등급으로 평가했다면 6등급으로 간주해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이고 월 가처분소득이 50만원 미만인 경우에도 최고 30만원까지 신용한도가 있는 직불기반 겸용카드(체크카드에 소액 신용이 있는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이 밖에 부가서비스나 불리한 상품 이용조건을 표기하지 않는 행위 등은 금지되며 휴면 신용카드(1년 동안 이용실적이 없는 카드)는 카드사가 회원 의사를 확인하고 직접 해지할 수 있게 개선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카드사를 검사할 때 모범규준을 제대로 시행하는지 점검하게 할 예정"이라며 "모범규준 중 전산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사항은 연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