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개발 프로젝트인 30조원대 규모의 용산역세권개발이 양대 주주들의 사업 주도권 갈등으로 좌초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용산역세권개발의 최대 현안인 자금조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9일 모이기로 한 이사회조차 시행사인 드림허브PFV의 민간 출자사들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무산돼 좌초 우려를 키우고 있다.

◆ 출자사 4곳 불참… 해석은 "고민" vs "보이콧" 아전인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이 프로젝트의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의 지분 문제와 2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 문제 등 6개 주요 현안을 다룰 예정이었으나, KB자산운용, 삼성물산, 미래에셋, 삼성SDS 4곳의 민간 출자사들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정족수 미달로 이사회가 무산됐다.

특히 이번 이사회에는 당초 이사회 참석이 확실시됐던 민간 출자사들이 참여를 거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이사회는 사실상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의 주도권을 코레일이 갖느냐 롯데관광개발이 갖느냐를 결정짓는 자리였다. 코레일이 삼성물산의 AMC 지분 45.1%를 인수해 주도권을 잡을 경우 기존의 통합개발 방식은 단계 개발 방식으로 바뀔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이사회에 민간 출자사들이 참여 자체를 안한 것을 두고 코레일과 롯데측은 각각 아전인수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민간 이사 4명이 아예 불참한 것은 이번 이사회 자체를 보이콧 한 것”이라며 “코레일이 주도하는 개발 방식을 전면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송득범 코레일 개발사업본부장은 “이번 불참은 민간 출자사들이 당초 롯데관광개발 측 입장을 지지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최종 결정을 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일정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다음번 이사회 때도 똑같은 안건을 상정해 진행할 계획”이라며 “코레일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이사회에서 물러나겠다는 기존 방침도 그대로다”고 덧붙였다.

◆ 자금 조달 계속 연기…부도위험 높아져

이번 이사회의 가장 핵심 쟁점은 2500억원 규모의 CB 발행 여부였다. 자본금이 400억원도 채 남지 않은 드림허브가 자본 조달에 실패할 경우 종합부동산세 납부일인 12월 16일에 세금 납부를 하지 못하면 파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업 개발 주도권을 두고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간의 다툼이 이어지면서 자금 조달 시기도 늦어지고 있다는 점. CB 발행에 성공할 경우 드림허브측은 랜드마크 빌딩의 2차 계약금인 4160억원도 자동으로 들어오게 돼 있어 최소한 2013년말 건축허가가 나서 분양이 본격 시작될 때까지 별 큰 자금걱정은 덜 수 있게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전환사채 발행 여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가장 큰 현안인 CB 발행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양대 주주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30조원대 사업이 중도에 공중 분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