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폐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로 버려진 플라스틱을 손쉽게 제거하는 방식이다. 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재활용할 수도 있어 플라스틱 순환경제 달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정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미생물이 만드는 지방 분해 효소로 폴리에틸렌(PE)을 생분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플라스틱 생산량은 전 세계에서 매년 4억t에 달한다. 하지만 플라스틱 중 절반은 일회용품으로 사용돼 사용 기간이 1년 미만이다. 폐플라스틱은 땅에 묻어 매립해 처리하지만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기까지 500년 이상이 걸린다.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이 생명체 내에 축적돼 생태계를 교란하는 환경 문제도 발생한다.
폴리에틸렌은 주로 포장지, 비닐봉지에 사용하는 난분해성 플라스틱이다. 전체 플라스틱 생산량 중 35%를 차지할 정도로 매년 많은 양이 만들어진다.
연구진은 바다나 땅에 버려진 폴리에틸렌을 손쉽게 분해하는 새로운 효소를 찾아냈다. 버려진 폴리에틸렌은 햇빛을 받아 산화된 형태로 존재한다. 미생물이 만드는 효소를 이용해 산화 폴리에틸렌의 분해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박테리아(세균)인 펠로시누스 퍼멘탄스(Pelosinus fermentans)가 만드는 지방 분해 효소인 'PFL1′에 주목했다. 폴리에틸렌은 지방과 비슷한 구조인 만큼 지방 분해 효소가 효과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연구진은 산화 폴리에틸렌에 PFL1을 처리한 후 생분해 정도를 확인했다. 그 결과, 생분해 정도를 의미하는 중량평균분자량은 44.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량평균분자량은 플라스틱을 구성하는 각 분자의 분자량과 질량 분율을 곱한 값으로, 이 수치가 작을수록 플라스틱의 생분해가 많이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생분해율을 의미하는 수평균분자량도 11.3% 감소하며 분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지방 분해 효소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과정도 찾아냈다. 전자현미경으로 폴리에틸렌을 관찰하자 표면에서 찢어지거나 갈라진 모습이 확인됐다. PFL1이 폴리에틸렌 표면에 강하게 결합한 후 작은 조각으로 분해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연구진은 미생물을 이용하면 비싼 금속 촉매를 사용하지 않고도 폐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분해 과정에서 부산물로 알콜, 카르복실산도 나와 플라스틱 재합성이나 화학 공정에 사용할 수도 있다.
안 선임연구원은 "새로 찾은 효소는 처리가 곤란했던 난분해성 플라스틱 폐기물의 생분해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포화에 이른 쓰레기 매립지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자원 기술'에 지난 5월 24일 소개됐다.
참고 자료
Bioresource Technology(2024), DOI: https://doi.org/10.1016/j.biortech.2024.1308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