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입자 가속기에서 양성자의 무거운 친척이 발견됐다. 물리학자들이 수십 년간 찾던 소립자로, 양성자 충돌 실험에서 찰나에 포착됐다. 과학자들은 원자핵을 유지하는 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대형강입자가속기(LHC)에서 양성자들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키고 충돌시킨 실험에서 4배나 더 무거운 양성자인 사이시시플러스(Ξcc⁺·Xicc+)를 발견했다"고 17일(현지 시각) 밝혔다. 양성자는 +1 전하를 띠는 입자이다. 전하를 띠지 않는 중성자와 함께 원자핵을 이룬다.
◇가벼운 업쿼크, 무거운 참 쿼크로 대체
LHC는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 지하에 있는 세계 최대 에너지의 입자 가속기로, 둘레가 27㎞에 달한다. 우주가 탄생한 빅뱅(대폭발) 당시를 재현해 우주 탄생과 물질의 비밀을 밝히는 지상 최대의 과학 실험 장치다. 이번 발견은 LHC를 업그레이드한 LHCb 실험에서 나왔다. 20국에서 온 과학자 1000여 명이 참여한 국제 프로젝트다.
LHCb를 주도한 영국 맨체스터대의 크리스 파크스(Chris Parkes) 교수는 "새로 관측된 양성자는 어니스트 러더퍼드가 맨체스터대에서 처음 발견한 양성자의 더 무거운 친척"이라며 "맨체스터대 지하실에서 진행된 러더퍼드의 금박 실험은 물질에 대한 이해를 완전히 바꿨으며, 오늘 발견은 그 유산을 계승한 것"이라고 말했다.
러더퍼드는 1911년 금박에 + 전하의 알파 입자(헬륨 원자핵)를 쏘자 일부가 튀어나오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는 같은 +전하를 띤 원자핵이 알파 입자를 튕겨냈다고 설명했다. 이후 1919년 질소 기체에 알파 입자를 충돌시켜 + 전하의 수소 원자핵이 튀어나오는 것을 관측했다. 그는 이 입자가 모든 원소의 원자핵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임을 밝혀냈으며, 1920년 양성자라고 명명했다.
이번에 발견한 양성자는 러더퍼드가 발견한 것과 구성 성분이 다르다. 물리학의 표준모형은 모든 물질을 쿼크 6개와 렙톤(경입자) 6개, 이들을 매개하는 입자 4개 등 기본 입자 16개와 이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까지 총 17개로 설명한다. 양성자는 기본 입자 중 2/3 전하를 가진 업(up) 쿼크 2개와 –1/3 전하의 다운(down) 쿼크 1개로 구성된다. 새 양성자는 업 쿼크 대신 전하는 같지만 더 무거운 참(charm) 쿼크가 들어 있어 질량이 4배나 더 무겁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과학계는 무거운 양성자가 원자핵 내부를 단단히 묶는 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LHCb 실험팀의 대변인인 빈첸초 바뇨니(Vincenzo Vagnoni) 박사는 "이번 새 양성자는 2023년에 완료된 LHCb 검출기 업그레이드 이후 확인된 첫 번째 새로운 입자"라며 "이론 물리학자들이 양자색역학(QCD) 모델을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자색역학은 원자핵의 양성자와 중성자를 강하게 묶어주는 강한 핵력(강력)을 기술하는 이론이다. 물리학의 표준모형에 따르면 기본 입자들은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 그리고 만유인력(중력)을 통해 상호작용한다.
◇100만분의 1초 찰나만 존재
과학자들은 입자가속기가 업그레이드되면서 앞으로도 새로운 양성자가 발견될 수 있다고 본다. 가벼운 쿼크들로 구성된 일반 양성자와 달리 참 쿼크 같은 무거운 쿼크들도 결합해 원자핵을 구성하는 입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발견은 그 가능성을 두 번째로 입증했다. 2017년 LHCb 연구진은 참 쿼크 2개와 업 쿼크 1개로 구성된 사이시시플러스플러스(Ξcc⁺⁺·Xicc++)를 발견했다. 이번에 찾은 무거운 양성자는 10년 만에 다시 나온 자매 중입자인 셈이다.
하지만 무거운 쿼크들이 결합하면 더 불안정해 순식간에 다른 입자로 붕괴된다. 이번에 발견한 무거운 양성자는 1조분의 1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만 존재했다. CERN은 새 양성자는 2017년에 나온 무거운 양성자보다 수명이 6분의 1밖에 되지 않아 탐지하기가 훨씬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만큼 잘못 관측한 가능성도 있지만 CERN은 오류 가능성을 배제했다. CERN은 이번 발견이 7시그마 이상의 통계적 유의성을 가진다고 밝혔다.
물리학에서 새로운 발견이 되려면 불일치 정도가 불확실성의 5배, 즉 5시그마가 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실험의 신뢰도가 3시그마(99.7%)면 '힌트'의 범주에 들어가고, 5시그마(99.99994%) 이상이면 '발견'으로 인정된다. 앞서 2002년 미국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 과학자들도 이번 양성자와 매우 흡사한 입자를 발견했지만, 예측보다 질량이 훨씬 낮고 신뢰도가 4.7시그마에 그쳤다. 그들이 찾던 무거운 양성자가 24년 만에 확실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7시그마는 신뢰도가 99.9999999999979%이다.
참고 자료
CERN(2026), https://home.cern/news/news/physics/lhcb-collaboration-discovers-new-proton-p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