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손효진 카이스트 박사과정생, 이관수 카이스트 교수./카이스트

국내 연구진이 약물이 단백질에 붙는지뿐 아니라, 실제로 단백질 기능을 켜거나 끄는지까지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 신약 후보 물질의 작동 여부를 더 정확하게 가려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카이스트는 이관수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연구진이 G단백질결합수용체(GPCR)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의 활성 여부를 예측하는 AI 모델 'GPCRact(지피씨알액트)'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물정보학 분야 국제 학술지 '브리핑스 인 바이오인포매틱스'에 지난 1월 게재됐다.

GPCR은 세포 표면에서 바깥 신호를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단백질로,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 약물 등에 반응한다. 사람 몸에는 약 800종이 있으며, 시판 의약품의 30~40%가 이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다.

문제는 약물이 단백질에 결합했다고 해서 항상 원하는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약물이 붙은 뒤 단백질 내부에서 구조 변화가 일어나고, 이 변화가 다른 부위로 전달돼야 실제 기능이 활성화되거나 억제된다. 이런 과정을 '알로스테릭 신호 전파'라고 한다. 쉽게 말해 단백질의 한 부분을 누르면 그 영향이 전체로 퍼지는 스위치 작동과 비슷하다.

연구진은 약물 작용을 '결합 단계'와 '단백질 내부 신호 전달 단계'로 나눠 AI가 순차적으로 학습하도록 설계했다. 단백질 구조는 원자 수준의 그래프로 표현했고, 신호가 지나가는 핵심 경로를 찾을 수 있도록 AI 학습 기법인 '어텐션 메커니즘'을 적용했다. 어텐션 메커니즘은 AI 모델이 데이터를 처리할 때 모든 정보 대신 가장 관련성이 높은 부분에 우선순위를 두고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이다.

그 결과, 이 모델은 기존 방식으로는 예측이 쉽지 않았던 복잡한 단백질 구조에서도 약물 활성 예측 성능을 높였다. 단순히 활성·비활성만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내부 신호 경로를 근거로 판단했는지도 함께 보여줬다. 결과 해석이 어려운 이른바 '블랙박스 AI' 한계를 일부 보완한 셈이다.

이관수 교수는 "앞으로 다양한 단백질로 확장하고, 세포와 인체 반응까지 예측하는 기술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Briefings in Bioinformatics(2026), DOI: https://doi.org/10.1093/bib/bbaf719